배낭여행 1세대는 인터넷도 없이 어떻게 세계여행을 했을까?   

나는 여행 유튜버들의 세계여행기를 자주 보는 편이다. 그 중에서 젊은 여행유튜버가 콘텐츠 중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장면인데, 스마트폰이 가동을 하지 못하자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여행에 관한 정보를 하나도 다운 받지 못하자 저절로 나온 질문이다. “인터넷도 되지 않던 옛 선배들은 어떻게 배낭여행을 했지?” 그래서 이에 대한 대답을 배낭여행 1세대 꼰대 여행가인 유통9단이 답변한다 

나는 대한민국 해외여행 자유화 원년인 1989년 7월에 시작한 나홀로 배낭여행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을 여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당시 세계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일본에서 만든 여행책 (지구를 잘 걷는 법)을 한국말로 번역한 책 하나 달랑 들고 배낭여행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해당 여행 책에는 가려는 도시의 지도가 함께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숙소와 이동수단을 이용했다. 그래서 여행 책이야말로 지금의 유심이 있는 스마트폰인 셈이다. 여행 책 지도에 나온 거리와 방향을 알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거리를 측정 가능한 컴파스다. 바로 이것인데, 이 컴파스(나침반)가 내 여행 친구인 셈이다. 현재 위치로부터 가려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서 시간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잘 모를 때는 당연히 현지인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목적지에 도달했다. 현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인데, 그 당시 대부분 친절한 현지인들이 많았고, 내 손을 잡고 어느 정도 길을 알려 주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에 몇 가지 덧붙인다면, 배낭에는 꼭 필요한 품목만 가져간다.

예를 들어 옷가지들은 현지 시장에서 구매해도 된다. 국내에서 바리바리 다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최악의 경우을 대비한 비상식량은 준비하기 바란다. 당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거나, 전기가 없을 때 등 최악의 환경을 대비하기 바란다. 아마 국내 여행 유튜버 중에서 구사일생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경험은 한번쯤은 꼭 있으리라 본다. 그만큼 세계여행은 예기치 않은 위험이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비상사태에 대비해야만 한다. 자, 그럼 인터넷도 없고, 모바일도 없었던 그 시절 배낭여행 1세대들의 아날로그적 여행을 소개했다.

그럼 지금부터 배낭여행 1세대 꼰대 선배가 제안하는 세계여행 방식을 알려드리고 싶다. 첫째, 목적있는 여행을 하기 바란다. 내가 시청하는 대부분의 여행 유튜버들은 그냥 여행을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그냥 해당 국가를 여행하는 식이다. 아니면 일반 여행객들이 잘 가지 않는 오지 아니면 위험한 장소를 일부러 가는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고자 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목적 없는 여행은 좌표없이, 최종 목적지도 없이 항해하는 유람선인 셈이다. 이런 배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목적없는 여행은 배낭 초심자들이나 하는 여행이다. 해당 도시의 랜드마크에만 가는 여행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여행 유튜버로 자리매김을 하고자 한다면 구독자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나만의 여행을 미리 공표하고 여행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행 유튜버의 색깔이고 방향이 된다.

두 번째, 제발 먹고 자는 이야기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의 콘텐츠가 먹는 내용과 잠자리 찾는 내용에 치중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1차 생리적 욕구를 채우려는 여행같아 보인다. 세계적인 여행 유튜버가 되려면 적어도 마슬로우의 2차적, 3차적 인간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만약 미술 전문가라면 미술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고, 음악인이라면 음악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자신만이 만든 전문영역의 세계관을 전세계 여행 애호가들에게 전달할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만난 세계의 여러 나라 친구들과의 관계유지 콘텐츠를 기록하기 바란다. 일회성으로 만난 친구가 아니라 평생친구로 이어지는 과정을 콘텐츠로 만드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사실 내 경우에도 프랑스 니스에서 만난 세계여행을 하는 일본인 친구의 아버지 부탁으로 일본에 갔을 때, 오사카에서 만나 뵌 적이 있었다. 아들보다 아버지와 더 친해진 경험도 있다. 여행 중에 만난 다른 나라 친구들의 성장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상당히 좋은 콘텐츠가 되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나는 젊었을 때는 홀로 배낭여행, 늙었을 때는 부부 한달살기를 권한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나 홀로 배낭여행을 해야만 한다. 배낭여행을 하지 않은 젊은이와는 대화도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여행은 참 인생과 닮았다. 젊었을 때는 빨리빨리 이곳저곳을 보기 위해 정말 빠른 여행, 패스트 투어(Fast tour)를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한 곳을 보더라도 깊이 있게 보고 싶어 슬로 투어(Slow tour)를 지향하게 된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나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 나와 인생 철학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느 한 곳에 한달간 정착해서 그곳 사람처럼 사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 이런 과정도 패스트 투어의 단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도 인생의 굴곡을 어느 정도 거친 후에 잘 알게 된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단계별로 성숙하나 보다.

서양속담에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드는 미인을 봤다면 용감하게 도전을 해야 내 여자 친구로 만들던지 할 것 아닌가! 도전이란 단어는 내가 일생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도전’없는 삶은 내겐 삶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여행 유튜버들은 목적지 있는 도전을 제안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세계여행을 떠난 이유도 도전만큼 가치있는 인생을 추구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