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를 활용하는 홍콩 부동산정책  

홍콩 유명 지역을 가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아주 가늘고 긴 건물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야말로 좁은 땅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 주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홍콩의 주택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소호지구. 소호지구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아파트들.

이 아파트 거주자들 대부분이 센트럴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다. 정문을 나서면 바로 나오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센트럴지구까지 편리하게 오간다. 당연히 거주민 중 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사용 가능한 면적을 거의 모두 주차장 대신 주거공간으로 확보했다.

홍콩에는 지하철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형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개인 차량이 없어도 도심까지 지하철로 10~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형 복합쇼핑몰이 시내 곳곳에 포진하고 있고, 넓은 쇼핑공간에는 수많은 홍콩시민들로 꽉 찬다. 토지가 희소한 홍콩에서는 최대한 대중교통이 편한 곳에 주거시설,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을 몰아서 압축적으로 개발했다. 차를 보유하지 않고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자유롭고 더 나아가 거주지 근방에서 업무, 쇼핑 등 생활 전반에 관한 것을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홍콩에는 1인, 2인 가구가 점점 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과거 대가족 중심이어서 80㎡ (24평)남짓한 아파트에서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방식에서 혼자 살 수 있도록 만든 스튜디오형 소형주택 수요는 1평~2평으로 갈수록 바뀌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인한 가구 수 감소 때문에 주택 다운사이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중교통 트램에서 홍콩시민의 정을 느낀다

자동차의 증가로 한때 거의 사라졌던 도심의 '트램(tram·노면전차)'이 홍콩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되었다. 이런 전기로 움직이는 '트램' 방식의 도심 교통수단 이용율이 높아지는 것은 비단 홍콩만이 아니라 유럽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1853년 파리에 첫 트램이 등장한 뒤 20세기 들어서면서 프랑스의 거의 모든 도시에선 전차가 주요 교통 수단이 됐다. 1853년 조선은 어떤 일을 했을까? 일본은 1853년 정도에 외국에게 개항을 하게 되고, 중국은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박살나던 때, 조선은 귀닫고 눈닫고, 기득권 체제의 강화를 선택한 조선의 1853년. 쇄국정치,끼리끼리 정치 행정의 한심한 위정자 선조들 덕분에 일제강점기도 맞이하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재건이 진행되고 자가용 보급이 늘면서 트램은 차츰 차의 흐름을 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하나 둘 다시 부활한 트램은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과 도심의 경제적 부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여러 도시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트램은 다른 교통수단과는 다르게 하루 평균 23만명의 홍콩 로컬시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침사추이가 있는 구룡반도에서는 볼 수 없지만 수많은 빌딩숲으로 둘러 쌓인 홍콩섬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홍콩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센트럴에서 좀 더 서쪽으로 홍콩섬 서부의 케네디타운(Kennedy Town) 부터 동쪽 끝의 샤우케이완(Shau Kei Wan) 사이를 왕복하는 트램이 메인이며, 경마장이 있는 Happy Valley 로 빠지는 트램까지 총 6개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램의 경우 정류장 간격이 250m로 매우 짧기 때문에 잘못 내렸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트램을 탈 때에 주의할 점으로는 버스와는 다르게 뒷문으로 승차하여 앞문으로 하차한다. 트램 탑승료는 하차할 때에 지불하게 되는데, 요금함에 돈을 넣거나 옥토퍼스카드(홍콩 교통카드)가 있다면 카드로 단말기에 찍으면 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트램 안에 안내방송이나 정류장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기에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스스로 알아서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2층으로 되있어서 2층에 올라가 창문을 열고 여유롭게 홍콩섬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여행하기에는 정말 제격이다.

그런데 이 멋진 트램을 이용하다가 나는 처음 본 홍콩 어느 시민이 보내준 친절에 감탄을 하게 된다. 오전에 코즈웨이베이를 가려고 셩완역 근처에서 트램을 타게 된다. 옆에 앉은 영국인에게 물어서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이용요금도 얼마인지 아는 상태에서 트램이용을 만끽한다. 드디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되어 부랴부랴 내리면서 옥토버스카드로 체크하려 했더니 내 카드가 금액이 부족하여 불통이다. 수중에는 HKD 20달러뿐. 난감하여 잔돈이 없다고 하자, 이 트램을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께서 뭐라뭐라 하신다. 그러니 뒤편에 있었던 처음 본 홍콩시민이 나 대신 요금을 내주신다고 한다. 나 때문에 트램은 정차해 있고, 트램에 탔던 홍콩 시민들은 왜 잔돈이 없는 관광객에게 요금을 물리려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듯한 말을 했고, 운전자는 "그래서 안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면서 서로 간 언쟁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내린 어느 홍콩시민이 괜찮다고 가도 된다고 손짓을 해주면서 트램은 저 멀리 떠나기 시작했는데, 내 대신 요금을 내주신 이름 모를 홍콩시민의 아름다운 친절을 아침부터 받으면서 정말 작지만 큰 감동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