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문화산업과 아트  

홍콩은 금융중심 도시와 아울러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문화 없이는 금융도 없을 것이라는 명제 아래 수년간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대규모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새로 짓고 세계적 문화행사도 적극 유치해 초일류 국제적 문화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홍콩의 청사진이다.

문화와 아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5년까지 1차로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하고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했다. 2031년까지 2차 계획을 마련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문화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홍콩 정부의 장기 계획이다.

1차적으로 개발할 지역으로는 홍콩 섬과 마주보고 있는 주룽(九龍)반도 서부지역(73만㎡)이다. 홍콩 정부는 8년 동안 이곳에 192억 홍콩달러(약 2조2900억원)를 투입해 공연장.전시장.박물관 등 모두 15개의 문화시설을 짓고 있다. 공간 개발을 총괄할 전문기구도 만들어 홍콩이 금융만이 아니라 문화산업에서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주룽 서부지역 문화공간이 개발되면 향후 30년 동안 4만여 명을 고용하고 매년 37억 홍콩달러(약 4420억원)를 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관광객 수는 매년 450만 명이다. 이렇듯 문화시설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건설해 금융과 물류 등 홍콩을 대표하는 산업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여 홍콩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K11 Musea.

홍콩의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 K11 MUSEA 그리고 M+

사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 영향력이 더 커진 홍콩을 가야 할 이유가 거의 없어 보였는데, 나로 하여금 홍콩을 다시 찾도록 만든 가장 큰 뉴스가 바로 K11 MUSEA 가 2019년 10월에 개관했기 때문이다. 홍콩에 오면 늘 방문했던 아트백화점 K11이 새로운 백화점을 또 개관했다.

“A MUSE BY THE SEA”.

이 복합쇼핑몰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홍콩의 기업인 애드리언 청이다. 그는 홍콩 굴지의 부동산 개발회사 뉴월드 그룹 창립자의 손자이다. 문화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 그리고 슈퍼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K11 뮤제아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동시대 예술을 경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문화 공간으로 기획했다. 전 세계의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모여, 영감을 주고받으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라 한다.

쇼핑몰 입장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웅장한 규모와 인테리어에 입이 벌어 질 것이다. 중앙에 자리한 ‘골드 볼’과 수백 개의 조명은 우주와 빅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디자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쇼핑몰은 마치 개미굴처럼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한번 빠지면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K11 뮤제아가 홍콩의 수많은 쇼핑 공간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쇼핑을 하면서 저절로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리테일 숍과 뮤지엄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수십 점이 넘는 고가의 예술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또 하나 K11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MoMa 디자인 스토어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사실 뉴욕 현대 미술관(New York 's Museum of Modern Art)의 모마 디자인 스토어(MoMA Design Store)는 뉴욕, 도쿄, 교토에 이어 새롭게 오픈 되는 매장이 바로 홍콩 K11 Musea에 입점이 결정된 것이다.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로 말이다. MoMa Store 입점이 쉽지 않기에 홍콩의 예술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된다.

여기에 M+ 갤러리가 새로 생겼다. 이로서 서구룡문화지구의 다양한 예술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미술관으로서 내가 방문한 2023년 4월중에는 일본의 대표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전(~5월14일)이 열리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세계 3위의 미술품경매사인 Phillips(필립스)는 새로운 아시아 본사를 M+ 미술관 바로 옆에 신축했다. 필립스 홍콩은 이에 따라 M+를 찾았던 관람객들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이며 서구룡문화지구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서 구룡지구에는 M+미술관 외에도 홍콩 고궁박물관 등 다수의 아트센터와 뮤지엄이 자리잡고 있어서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적당해 보인다.

그리고 아시아의 대표적 현대미술 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을 기점으로 지난 3,4월 홍콩 전역에서 매년 '홍콩 아트위크'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바로 '서울특별시 홍콩구'라는 별칭을 낳게 한 '아트바젤 홍콩'. 홍콩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허브이자, 미술시장 창구로써의 자리매김 한 지 오래다.

2023 홍콩 아트위크는 아트도시로서 홍콩의 건재를 전세계에 다시 알린 기폭제 역할을 하는 중이다.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M+ 뮤지엄을 비롯해 페어에 참가한 세계 톱 갤러리들,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가한 아트바젤 홍콩의 모습니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일환으로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홍콩국제아트페어'의 명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3대 미술시장 하면 뉴욕과 런던 그리고 바젤아트페어가 열리는 스위스의 바젤을 꼽았지만 홍콩이 최근 몇 년 새 급부상해 바젤을 제치고'세계 3대 미술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중화권 상류층 미술애호가들의 구매력이 홍콩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올려놓았다. '무관세'라는 장점도 시장 성장세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미술품 거래장터가 된 '홍콩국제아트페어(ART HK)'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을 운영하는 스위스의 MCH그룹이 아시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홍콩아트페어의 지분 60%를 사들이면서 미술계와 미술품 경매시장에 입김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