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산업과 프리미엄 식문화

(1) 와인산업

홍콩에는 우리나라처럼 와인바를 찾기 어렵다. 와인만을 특별히 마시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와인이 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식습관이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식당에는 어디든지 전세계 명품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홍콩은 요즘 폭발적으로 와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포도밭 한 평 없지만 전세계 와인을 대량 수입하는 수입국이다. 2021년 기준 홍콩의 와인 수입액은 한화 약 1조 7천억. 홍콩의 인구가 720만 명인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물량의 와인이 홍콩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의 와인 허브’로서 홍콩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콩 정부가 2008년부터 알코올 도수 30도 미만의 주류에 세금을 아예 없애고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한 결과 지금 홍콩에선 유럽산 명품 와인에서 와인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와인 체험이 가능한 이유다.

중국 음식에 고급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오래전부터 식생활이 되어버렸다. 안주 겸 요깃거리로는 염소, 양, 소 등의 젖으로 만든 다양한 치즈 사업도 추천할 만하다. 그래서 홍콩에서는 매년 11월을 '와인의 달'로 정하고,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을 열어 다양한 와인을 맛보는 야외 축제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와인 한 잔을 맛보는 비용은 20홍콩달러(한화 2800원)부터 시작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다양한 와인을 맛보려면 쿠폰북을 사는 게 편리하다. 각 국에서 온 와인전문가에게 와인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아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와인은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분위기에 젖어 와인을 마시다보니 야외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재즈 음악에 취하고 와인 향기에 취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소호거리의 란콰이퐁에서 마주치는 여러 레스토랑에는 여지없이 여러 종류의 와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소호의 골목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이 한데 어울려 각국 음악과 함께 와인을 소비한다. 와인 소비가 늘면서 함께 늘어나는 시장이 있다. 바로 프랑스 요리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드럭스토어의 대명사인 '왓슨스'에서는 와인전문샵을 운영중에 있다. 홍콩에서 규모가 가장 큰 와인숍답게 대중적이고 저렴한 와인부터 최고급까지 가격 폭이 넓다. 와인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두루 만족할만한 와인숍이다.

(2) 프레미엄 식문화

신세계의 프리미엄 식품만을 판매하는 새로운 업태의 브랜드는 `SSG 푸드마켓`이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내 가족에게만은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주부 고객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아울러 프리미엄 식재료와 식문화를 원하는 소비층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새로운 업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마켓`은 새로운 고객층을 고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제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고급 식재료 문화를 제안하게 만든 원조로는 홍콩의 '시티슈퍼'와 미국의 '웨그먼스'를 들 수 있겠다.

이중에서 홍콩 시티슈퍼 그룹(City Super Group)이 운영중인 '시티슈퍼'를 알아보자. 시티슈퍼는 1996년 '타임스퀘어'에 첫선을 보였다. 유기농 먹을거리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선물코너 등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시하는 시티슈퍼는 `슈퍼마켓`이라기 보다는 일급 식문화 제안점이라는 컨셉이 더 어울린다. 이곳은 고객에게 비단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음악ㆍ책ㆍ의류ㆍ액세서리를 비롯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끌어 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야말로 `슬로 쇼핑`을 즐기는 곳으로 업의 개념을 수정하여 선보인 것이 이런 슈퍼마켓을 갈망하던 홍콩 시민들에게 단비처럼 스며들게 된 셈이다. 이곳에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 주는 참 착한 매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타임스 스퀘어, 하버 시티에도 있는데 IFC 몰 매장이 가장 크다.

이제 결론에 이른다.

홍콩 시민들 99%는 충전식 교통 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부터 시민들은 일회용 지하철 승차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식사나 물건을 살 때도 현금을 사용하는 등 카드 내역을 남기 않고있다. 카드 결제 시 개인정보와 이동 노선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이다. 되도록 SNS 사용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셀카를 찍어 올리지도 않고, 글과 댓글을 남기는 것도 자제한다. 길을 걸을 땐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힐 것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정보 당국이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CCTV에 찍힌 얼굴로 신상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여년간 여러 번 홍콩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점에 대해 알려 드리고 싶다. 2023년, 현재의 홍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빠르게 ‘중국화’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많은 사람이 “홍콩은 중국화 됐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국내에서 듣고 이번 2023년 4월에 홍콩을 가본 결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나올 책 (머니 트렌드 인 홍콩)을 통해 알려 자세히 드리겠다. 1997년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은 뒤 25년이 지나는 동안 중국 정부가 홍콩이 본토와의 동질감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이제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 홍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