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트렌드 인 발리 (City Trend in Bali )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미래유통전략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일상에 지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대부분 그냥 잠시만 현실을 잊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내가 매년 떠나는 세계 여행은 그냥 머리를 식히러 떠나는 관광개념이 아니다. 나는 매년 선진도시의 시티 마켓써베이(city market survey)를 나간다.

내가 이토록 세계 도시여행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는 유통이나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다. 주로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선진도시 위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유행하는 핫 아이템(hot item)이나 핫(hot)한 사업은 반드시 몇 년 내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현지에서 조사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불황기를 극복하는 유통업태의 경영전략, 다양한 체험마케팅 현장, 이벤트와 연계한 ‘문화마케팅’ 사례, 선진국의 실버시장 대응전략, 프리미엄 마케팅 사례, 예비 부유층을 겨냥한 전술 등 정말 여러 가지이다. 무엇이 소비자를 모으게 만드는 이유인지, 소비자들은 무엇 때문에 소비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매장을 주로 방문하고 어떤 체험을 하는지 궁금한게 참 많다. 아울러 중산층과 부유층 모두를 겨냥한 생활지향형 히트상품은 무엇인지도 찾으려 애쓴다. 나는 매년 세계 선진 도시 마켓써베이(market survey)를 떠난다. 사실 28년간 선진도시의 특별한 마케팅 비법을 알아내기 위한 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중에서 도시에 집중한다. 내가 도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급행열차와 같다. 가장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아울러 소비력이 가장 강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 소비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제안이 쏟아지는 곳도 도시다. 큰 흐름인 메가트렌드와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모두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나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선진국의 도시를 비교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시티 트렌드(city trend)’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신경제를 알아가야 한다. 마이크로트렌드와 메가트렌드가 충돌을 하는 곳, 도시를 제대로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우리가 주로 휴양지로 생각하는 섬을 이야기 하려한다.

관공객이 매년 몰리는 섬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섬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고향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노스탈지아(Nostalgia)를 채워주는 곳, 그래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해변을 향해 달려가 바닷물에 풍덩 빠져보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 그야말로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휴양지, 특히 바다가 늘 곁에 있어 특별한 환경을 제공하는 섬은 우리에게 묘한 끌림현상을 일으킨다. 왜 전 세계 관광객들은 섬에 가고 싶어 할까. 한동안 외부와 격리되어 현실을 잠시 잊고 몸과 마음을 놓아두고 마냥 쉬고 싶은 곳, 바로 섬이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섬, ‘발리’를 이야기 하고 싶다.

말하기 힘든 묘한 매력 덩어리, 발리 “지구상의 마지막의 낙원”, “세계의 아침” 등으로 불리며 전세계 여행인들의 가슴을 흔들거리게 만드는 세계적인 유명한 관광지, 발리. 발리에는 크고 작은 사원이 2만여 개가 있고, 3,333개의 신이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데, 유독 이곳 발리는 힌두교인이 많은 섬도시. 전세계의 유명 리조트 회사가 모두 모인 곳이 발리다. 여기에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반드시 방문하려는 핫플레이스, 발리. 그 발리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자. 이곳은 인도네시안인의 휴양지가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휴양지이면서 또 다른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곳이다. 물론 교통수단도 불편하고, 언어 소통도 쉽지 않은 곳이지만, 전세계인들이 이곳 발리를 한번 온 뒤에는 잊지를 못한다.

무엇이 ‘발리’를 잊지 못하게 하고, 한번 가면 적어도 한달 이상 체류하게 만드는 것일까? 왜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은 패션화보를 찍는다면 무조건 ‘발리’를 가는 것일까? 왜 우리나라 신혼여행지의 대표 장소는 ‘발리’일까? ‘발리’는 신혼여행 부부에게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소이기 때문일까?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 유명한 울루왓뚜 절벽사원, 바다 위에 사원이 존재하는 따나롯 해상사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이색적인 여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까? 왜 ‘발리’는 세계인들의 사랑을 줄곧 받고 있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알아보고 싶다. ‘발리’의 실체를 낱낱이 알고 싶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열대의 발리 수영장에서 신들의 섬으로 군림해온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양 목적지인 ‘발리’는 언제 가는게 가장 좋을까? 나는 일년중 가장 발리를 느끼기 좋은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발리에 있는 리조트에서 밤 수영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족을 모두 대동하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에 발리행 비행기편에 올랐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인도네시아 발리를 가는 ‘가루다’항공의 좌석 250석이 만석이다. 크리스마스를 해변에서 만끽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이 예상보다 많다. ‘발리’ 가는 비행기에 탄 탑승객 중에 한국인이 95%이상인 듯 보인다.

‘발리’의 첫 번째 인상은 ‘느긋’이라 표현하고 싶다. 공항에 도착해서 세관까지 나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 이유는 아무 급할 일이 없는 인도네시아 세관 공무원들의 그야말로 세월아 내월아 하는 식으로 관광객들에게 출입국 도장을 찍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부터 ‘발리’ 현지인처럼 살려면 느긋함을 배워야 한다. 겨우 리조트에 도착해 보니 바닷가로부터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 이곳에서 할 일은 수영장서 수영하기와 방에서 편안히 잠자기 밖에 할 일이 없어 보인다. 여행사에서 올린 리조트 관련 정보의 맹점을 현지에 와서야 이해하면 무엇하랴. 여행사에서 올린 리조트 관련 정보를 꼼꼼이 잘 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이야 하면, 내륙으로 들어간 리조트이기에 비교적 저렴한 요금인가 보다 했었는데, 사실은 ‘바닷가로부터 몇 분에 위치한,,,,' 이라는 광고안내문을 제대로 이해 못한 내 잘못이었다.

그래도 가족 모두를 ‘발리’ 리조트 수영장에서 폼 잡고 크리스마스 캐롤 노래를 들으며 수영을 하게 만든 가장(家長)으로서 뿌듯한 느낌이다. 아는지 모르지만, 수영하면 밤 수영이 최고다. 밤에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묘미는 해본 사람만 아는 색다른 체험이다. 그래서 가족 모두 기분이 업( up) 된다. 수영장 옆에는 칵테일 바(bar)가 있어서 맛있는 열대 과일주스 혹은 칵테일을 주문해서 마신다. 하늘 위에 총총한 별을 보면서 누워서 배영으로 천천히 크리스마스 휴가를 음미한다. 정말 조용하지만 내 내면의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순간 같기도 하다. 중국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제의 여유랄까.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수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나의 취미활동이다. 많은 스포츠중에서 그 어떤 스포츠보다 좋은 전신운동이다. 수영복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수영을 좀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수영 중에서 ‘잠영’이라는 영법이 있는데, 물속에 들어가면 정말 아늑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세상과의 단절을 만나게 된다. 시끄럽고 깨끗하지 못한 세태에서 한 발 벗어나 엄마 자궁 안 같은 푸근한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행복일까. ‘더스틴 호프만’이 1965년에 나왔던 영화 ‘졸업’에서도 나온 장면이 기억난다. 주인공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오니 부모님이 주최해준 축하파티에서 주인공은 잠영 수영을 하면서 세상과 잠시 단절되었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면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영화 OST인 ‘사운드 오브 싸일런스(The Sound of Silence)’가 들려온다. 감독이 의도한 소음과 정적이 교차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음미하는 ‘사이몬과 가펑클’의 노래하는 모습도 아른하게 떠오른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 돈을 잘 사용하기 위함이거늘, 대부분 돈 버는 것에는 프로페셔널 하지만 돈을 쓰는 것에는 아마추어 초보인 부자들이 세상에는 참 많은 듯 싶다. 돈은 버는 것보다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멍청한 부자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풀빌라가 대세인 발리 리조트 신혼부부에게 로망중의 하나가 신혼여행을 발리로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신혼부부에게만 열려있는 폐쇄적인 풀빌라(Pool Villa) 여행이기 때문이다. ‘풀빌라’라는 제도는 상당히 독립적이고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부여해 준다. 신혼부부에게는 닭살 돋는 행위 자체를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더욱 제격이다. 그늘과 사생활이 보장되는 ‘카바나’라고 불리는 쾌적한 원두막 베드 시스템이다. 영화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하얗고 길게 휘날리는 린넨 천을 바라보는 광경 말이다. 개인 풀에서 개인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한다면 그야말로 나만의 여행이 가능한 여행 시스템이다.

물론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칵테일 한잔과 여유로움은 천상천하에 단 둘만 있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나 밤에 둘만이 있는 풀빌라는 은은한 조명에 의해 더욱 고취된 둘만의 공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마사지 숍, 키즈 클럽, 스파 등 다양한 편의 및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고, 모든 객실은 방음 설비가 잘 돼 있어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에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팁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풍습 한가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화중에 아무리 불쾌해도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은 싸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대체로 조용히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끼리 큰 소리로 말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 입장에서는 종종 싸우는 것으로 오해한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를 다스린 종족은 자바 섬의 동쪽으로 차지하고 있는 자바 인이었는데, 이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관용을 꼽는다. 인도네시아 사람이면 모두가 다 아는 “아시 아사 아수(사랑하고 가르치고 감싸고)”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 말고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조금 기다려라.’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라며 깔보게 된다. 자신의 감정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화를 내는 것은 종교적으로도 금지된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