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럭 규제를 풀겠다고 한 게 아마 6~7년 전입 듯 보입니다. 하지만 푸드 트럭은 아직 그리 눈에 띄지 않죠. 왜일까요. 규제를 풀겠다고는 했지만, 뭘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담당 부처가 알기는 하는 것일까요? 푸드 트럭의 원조인 미국에서 푸드트럭 이 성공한 이유를 보면 그 해법이 보입니다. 

제가 미국 LA에서 푸드 트럭을 처음 본 게 2007년 여름이니 약 12년 전쯤입니다. 지금도 미국 대도시에는 스트리트형 푸드 트럭이 즐비하죠. 미국ㆍ캐나다ㆍ유럽 등 선진국 유명 도시에선 푸드트럭이 익숙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사무직원들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죠. 전세계 음식 경합장으로 변한 스트리트 푸드점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푸드 트럭을 들여오면 잘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빨리빨리’를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형 사업이 아닐까 생각해서죠. 하지만 현실은 제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한국형 푸드트럭이 발전하지 못하는 3가지 문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첫째, 푸드 트럭은 기존 길거리 노점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체육시설, 놀이공원 등 관리 기관의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기존 길거리 노점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둘째, 푸드 트럭 사업의 핵심인 ‘이동성’이 전혀 보장받지 못합니다.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을 이탈해서 자기 마음대로 장소를 정해 장사를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죠. 이동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푸드 트럭은 기존 노점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셋째, 푸드 트럭 주인이 매일매일 위치와 오늘의 메뉴를 알리는 등 SNS에 능통하지 못하면 일반음식점 영업과 차별화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규제개혁의 다크호스로 나타난 푸드 트럭이 인기리에 전개되는 이유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움직이면서 모든 일을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손 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트랜슈머(transumer)’가 나타난 거죠. 이런 트랜슈머를 잡는 마케팅 중 하나가 바로 푸드 트럭입니다. 제가 늘 주장했듯이 “트랜슈머에게는 트렌비스로 대응하라”에 딱 맞습니다. 움직이면서 장사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푸드 트럭이 성공한 요인 4가지를 살펴보시고, 우리나라에서 응용할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미국 푸드 트럭 주인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틈새시장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식의 경쟁자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줄 고객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시간대별로 어느 장소가 좋을지 등 수많은 검증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둘째, 일반 유명 음식점과 같거나 더 나은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개발해 마니아층을 형성했습니다.

셋째,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했습니다.

넷째, 골라먹는 재미(엔터테인먼트)를 더했습니다. 멕시칸ㆍ브라질ㆍ타이ㆍ인도ㆍ이슬람ㆍ지중해ㆍ한식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특정 지역에 밀집했습니다. 트위터ㆍ페이스북ㆍ홈페이지 운영 등 소셜미디어 활용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푸드트럭은 그야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자, 그럼 우리나라 푸드 트럭 창업이 연착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실천가능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세대별로 나누겠습니다.

2030 청년창업자라면 캠퍼스 내에서 푸드 트럭이 아닌 ‘푸드 카트’ 형식으로 장사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캠퍼스의 동선이 넓지 않으니 바퀴 달린 카트형식이 훨씬 효율적이겠죠. 미국 쉐이크쉑 버거가 태동할 때처럼 말이죠.

4050 장년창업자라면 낮에는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밤에는 유흥지 인근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도록 사업면허를 줄 수도 있겠죠. 물론 이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도시 전체로 넓혀야 하고, 일정 해당지역에는 한정된 숫자로 인가받은 개인사업자만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서 기존 상권과의 충돌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즉, 나이에 따라 지역과 장사 형태를 달리 해서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규제가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