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음식점중에서 가장 으뜸인 음식점을 알려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음식점을 점수 매겨주는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는 다름아닌 전 세계에 타이어를 공급해 주는 회사죠. 우리에게 ‘미쉐린’으로 잘 알려진 타이어 제조회사입니다. 왜 타이어 제조회사가 음식점 점수를 매겨주기 시작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우선 미슐랭 레드 가이드, 책 외관이 붉은 색이므로 레드 가이드라고 부릅니다. 이 책의 역사와 운용법이 궁금하시리라 봅니다. 

미슐랭 레드 가이드는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훨씬 전인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참가자들에게 레스토랑•호텔 정보를 소개하고자 무료로 책자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발달하면서 ‘미슐랭’을 판매하는 지역을 알리기 위한 판촉 수단의 일환으로 발행하기 시작한 관광지도가 그 지역의 음식점 명소를 알려주기 위해 별을 달아 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와서 역사와 전통을 갖춘 ‘미슐렝 스타레스토랑’이라는 제도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 별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별 하나는 ‘그 분야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 둘은 ‘먼 거리를 돌아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셋은 ‘그 식당을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별 두 개만 받아도 당장 매출이 30~50% 상승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미슐랭 지도와 가이드’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안내서인 그린 가이드, 지도,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내고 있죠.

이런 별점을 주는 음식 전문가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암행으로 미슐랭 음식평가를 하는 사람들로서 전 세계에 86명이 존재한다고 하네요. 이들은 평가 대상이 정해지면 여러 곳의 사람을 섞어서 보내는 방법을 취하고 있고, 모두가 호텔•레스토랑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들로서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250곳 이상의 식당을 돌아다닙니다. 이 분들이 유명 음식점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다섯 가지의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이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1) 익명으로 한다 (2) 협찬을 받지않는다 (3) 매년 업데이트를 한다 (4) 반드시 현장 확인을 한다 (5) 어느 곳이든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등이 있습니다.

평가단원들은 모두 미슐랭의 정규 직원들로서, 월급•출장비를 주고, 식당 영수증을 제출하면 모두 결제해 줍니다. 1인당 드는 비용은 거주지 물가에 따라 다릅니다. 굳이 평균을 내자면 1년에 1인당 10만 유로 (1억 3300만원)쯤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정보의 질이라 생각됩니다. 현장 조사를 하고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최고의 정보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투자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해주는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이 대유행이라 합니다. 해외여행의 테마를 미슐랭가이드북 관련 여행을 설계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맛집 블로거들은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일을 ‘성지 순례’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국내의 웬만한 맛집은 대부분 거쳤다는 맛집 순례자들은 다른 나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가보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렇지만 저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습니다. 미슐랭의 스타 레스토랑 순례에 앞서 우리나라에도 100년이 넘은 전통의 맛을 내는 음식점을 개발한 적이 있는가 하고 말이죠. 그리고 우리나라 사찰 음식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사찰음식을 그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외면하신 적은 없는지요? 미슐랭의 스타 레스토랑 성지순례에 앞서 우리네 전통 음식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귀중한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제발 사회 전 분야에 팽배한 사대주의를 올해부터는 물리치는 원년이 되길 바라고, 한국형 미슐랭 가이드북이 탄생하길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미슐랭’ 별점을 하나도 못 받은 한국의 음식점 운영자들은 대오각성하시고 돈만 많이 벌 생각 말고, 후대까지 이름을 남길만한 세계적인 음식점이 되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