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을 남보다 빨리 읽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해석하는 힘을 갖는 것이죠. 이런 힘은 그냥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깊은 내공과 시장의 너머를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겠지만, 본인에게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면 저 같은 전문가를 통해 대신 볼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독일에는 '신호등 사람'이란 캐릭터 숍이 유명합니다. 이 숍은 왜 유명한 것일까요? 사실 이 유명한 '신호등 사람'이 사장될 뻔했습니다. ‘신호등 사람’은 독일어로 '암펠만(Ampelmann)'입니다. 암펠만은 신호등을 뜻하는 독일어 '암펠(Ampel)'과 사람을 뜻하는 '만(Mann)'이 결합돼 만들어진 말이죠. 지금은 '베를린의 상징'이 됐지만 암펠만은 하마터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습니다. 즉, 독일은 서독이 중심이 되어 통일이 된 후에, 동독에서 사용되었던 ‘암펠만’(신호등사람)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것이죠. 여러분도 아시듯이 정권이 바뀌면 구 정권에 있던 인물들이 다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통일 이후 동독의 사회시스템이 서독식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제도가 바뀌었는데, 교통신호체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94년 독일 정부는 암펠만을 평범한 형태의 서독 신호등으로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암펠만을 직접 디자인한 동독 출신 교통심리학자가 영향력 있는 서독의 산업디자이너를 만나 암펠만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킴으로서 극적으로 살아났습니다. 다시 말해 동독 체계에서 서독체계로 빠르게 옮겨 타기에 성공을 하여 대단한 디자인캐릭터 숍으로 변신에 성공을 하게 된 셈이죠. 암펠만 사례는 트렌드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 따라 히트상품으로 거듭나거나 혹은 아예 시장에서 사라질 수 도 있음을 극렬하게 알려 줍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이 바로 '라인업' 관리입니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시장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면 유리한 라인으로 옮겨타기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성공시켜야만 합니다.

지구상에서 사라질뻔 했던 ‘암펠만’은 지금은 베를린의 디자인캐릭터 숍인 '암펠만(Ampelmann) 갤러리 숍'으로 변신하였습니다. 그 숍에 가보면 책갈피, 자석, 조명, 티셔츠까지 깜찍한 디자인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이제는 통일독일의 멋진 디자인 캐릭터 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신호등 사람'을 통해 ‘라인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게 되었습니다. 죽을 수도 있었던 상품이 라인을 바꿔 타는 바람에 히트상품 대열에 서게 되는 세상입니다.

두 번째 사례입니다.

누구나 트렌드의 변화를 읽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다음 사례를 보시죠.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죠. 그러니 당연히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항공기 이용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항공기 회사 사장이라면 어떤 전략을 세우겠습니까? 항공기를 더 많이 제조하려고 하겠죠, 더불어 한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비행기를 말이죠. 아닌가요?

‘에어버스’라는 항공기 제조사 대표는 항공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항공기의 용량과 효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에어버스’는 한번에 600명의 승객을 동시에 태울 수 있는 점보기를 생산하게 되었죠. 그런데 ‘에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너무 저조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혹시 왜 이런 일이 벌어 졌는지 아시겠어요? 이 사례는 트렌드를 읽는 능력, 그리고 제대로 해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결론을 알려 드린다면, 자, 생각해 보세요. 600명이라는 사람이 한 공간에 타게 된다면, 내리고 타는 데 아마 1시간 이상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경쟁사인 보잉 747기를 타는데 20~30분이 소요된다면 당신이라면 어느 기종을 타겠는지요?

그러므로 트렌드를 읽었다면 제대로 된 트렌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위 사례처럼 ‘에어버스’는 600명이 동시에 타는 점보형 기종을 생산하여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보다 소수의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했습니다. 아마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에 더욱 신경을 썼다면 더 많은 항공수입을 만들어 냈겠죠.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도 트렌드 관련 책이 년말만 되면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세요, 어떤 책이 트렌드를 제대로 해석해 놓은 책인지 말에요. 여러분이 제대로 해석할 능력이 안되면 트렌드 사기꾼에 속아 넘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