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파이어족’관련 책들이 계속 출간 중이고, 역시 인기리에 판매 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파이어’족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유튜버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40살 전에 파이어족으로 성공한 다음에는 뭐하려는지 생각해 둔 것이 있나요? 

‘파이어족’은 미국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열풍이었습니다. 이 ‘파이어’란 단어는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합친 신조어죠. 극단적으로 절제된 소비와 저축으로 조기에 목돈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빨리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를 희생하는 대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 소중한 시간과 돈을 가치있는 삶에 투자하자는 것인데, ‘욜로’ 라는 개념과 반대편에 서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여러분 아시죠, 욜로! (YOLO).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건데, ‘파이어족’은 ‘욜로’와 반대라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욜로’는 현재를 즐기자라는 개념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욜로’라는 개념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변질된 것이죠.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귀하게 살려면 하루하루를 아주 가치있게 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흥청망청 살라는 의미가 아닌데, 한국에 와서 이 개념이 트렌드를 잘 못 해석한 어떤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변질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누누이 얘기했듯이 누구나 트렌드를 볼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해석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요, 그리고 트렌드 해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말이죠. 정리하자면, 제가 볼 때, ‘욜로’의 연장선상에 ‘파이어’가 있는 것입니다. ‘욜로’와 ‘파이어’가 별개가 아니라 한 몸이라는 것이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 파이어족들은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 대신 주식, 부동산, 창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 벌기에 열중합니다. 직장에 다니던지 아니면 알바로 전전하면서도 그들의 목표는 단기간에 적어도 40살 전에 어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하고 은퇴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에게 투잡은 기본입니다. 명품 구입은 엄감생심입니다.

기존 세대가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 정년까지 40년을 보낸 뒤 명예롭게 은퇴하는 인생을 꿈꿔왔다면 이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삶을 거부하고 최대한 빠른 은퇴를 꿈꿉니다. 그러려니 결혼도 당분간 연기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파이어족의 최종 목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삶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의 연장 선상에서 더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는 것이죠.

그럼 최근 2020년 봄, 우리나라에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유의미한 설문조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20~40대 직장인 2432명을 대상으로 '짠테크 현황과 파이어족 의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현재 짠테크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6.7%가 '짠테크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꼽은 짠테크 방법 1위는 '절약하는 습관 만들기'로 복수선택 응답률 61.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직장인들은 '웬만하면 돈을 쓰지 않는 것(54.6%)'을 짠테크 방법 2위로 꼽았는데요, 기타 방법으로는 술자리를 가지 않는다, 투잡/알바를 한다, 잔돈을 따로 모은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매일/매주 저축을 한다, 취미생활에 돈을 쓰지 않는다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짠테크를 위해 줄인 비용으로는 외식비, 의복비, 음주비, 문화생활비, 식료품비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응답자 2명 중 1명에 달하는 47.8%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발적 조기은퇴를 위해 생각하는 목표 재산은 얼마일까요?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 재산은 평균 14.1억 원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알뜰살뜰 절약해서 14억원을 모은 뒤, 조기은퇴를 한 후에 무엇을 하려고 목표를 정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번 콘텐츠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조기 은퇴를 하고 난 후에 뭐하고 살려는지 목표를 정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파이어족’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파이어족 이후의 삶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로또 1등으로 당첨된 사람이 몇 년뒤 알거지가 돼서 나타난 사례에서 보듯이 돈을 벌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살 것이며,각자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미리 정해놓는 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 제가 잘 알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전 정의없이 돈만 모으고 은퇴한다면 그 이후의 인생은 얼마나 황량할까 심히 우려되어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결론으로 말씀드립니다. ‘욜로’ 삶을 살기 위해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응원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