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벼룩시장과 프리마켓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이 조금씩 우리 곁은 지나가는 듯 하다. 지난 여름 휴가를 유럽이나 선진국을 다녀오신 분들이 대부분 해당 도시에서 벼룩시장을 체험해보았으리라 예상된다. 벼룩시장(flea market)은 19세기 말경부터 사용되었다. 벼룩이 들끓을 정도의 고물을 판다는 의미에서 생겼다는 설(說)도 있지만, 미국보다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벼룩시장을 많이 만나게 된다. 유럽은 지역마다 오래된 축제가 해마다 많이도 열린다. 그래서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 축제기간에 맞춰 여행 스케쥴을 짜기도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에 의해 진행되는 어수룩한 축제기획과 확연히 대비되는 유서깊고 짜임새 있는 축제들이다. 대개 이러한 축제들은 지역의 전통을 그대로 물려받은 전통시장이나 벼룩시장과 함께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축제도 보고, 벼룩시장에서 진귀한 골동품도 구입하는 1석2조의 여행을 체험하게 만든다.

#사례1, 영국 런던에는 유명한 벼룩시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은 포토벨로 마켓이다. 이곳에는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골동품들이 장장 2킬로미터에 걸쳐 빼곡히 쌓여 있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유럽인들의 오랜 전통만큼이나 기품을 지닌 시장이다. 단순히 쓰던 물건을 모아놓고 내다파는 장터를 떠올리면 커다란 오산이다. 독특한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고 '클래식'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전통 있는 벼룩시장의 진짜 모습이다. 포토벨로 마켓을 비롯한 영국의 벼룩시장들은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새로운 대안이자 훌륭한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사례2, 미국에서는 플리 마켓(flea market)이라 하여 동네에서 정기적으로 혹은 부정기적으로 열린다. 동네 꼬마들이 주축이 되어 열리기도 하고, 특정 수요자를 상대로 열리기도 한다. 대부분 개러지세일(garage sale)이라 하여 차고 안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팔거나 물물교환하는 등 이웃 간의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유대인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많은 개러지세일이 전개되는 듯 하다. 어릴때부터 자립정신을 키우고,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어른들은 개러지세일할 때는 어린아이들을 꼭 동참시키는 습관이 있다.

#사례3, 일본 도쿄 요요기공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20년 전통을 이어온다. 이곳말고도 주말이면 시내 곳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사실 이곳은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인산인해다. 일본 전국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벼룩시장이 200여 곳이나 된다고 하니 일본 국민들에게 벼룩시장은 일상생활의 일부분이다.  

영국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전통시장이 활성화된 나라다. 영국의 전통시장은 벼룩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시장별로 특색 있는 테마를 정하고 관련된 즐길거리를 마련하고 쇼핑 품목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면, 주변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랑스러운 방문지로 재단장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 홍대근처에는 전개되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값비싼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어도, 자신에게 어울리면 구입하고, 대량제품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한정된 제품만을 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프리마켓(Free market)’이다. 프리마켓은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 자신이 손수 만든 제품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서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프리마켓에서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소통을 한다는 점이 바로 프리마켓의 매력이다. 프리마켓에서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소통을 한다는 점이 바로 프리마켓의 매력이다. 여기에 디자이너 고유의 감각이 담긴 ‘핸드메이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프리마켓의 열기는 더해지고 있다. 시장은 사람들의 생활과 활력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면 문화와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게 된다. 대형 마켓이 아무리 편리하다 한들 이런 장점은 결코 제공할 수 없다. 단지 시장의 영세 상인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즐겁고 인정이 피어나는 도시 생활을 위해서도 전통시장과 벼룩시장의 육성, 발전은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