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주먹구구식 지자체 축제를 용인해야 하나?  

지자체 행사·축제가 년간 1만1800건이나 열리는 나라

이중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사 10중 7건이 '수익 0'

최근 중앙 일간지에 나온 헤드라인 기사 중 일부다. 세일즈프로모션과 퍼포먼스 등 전세계 축제 관련 자료를 연구하면서 당연히 우리나라 지자체 상황을 점검해 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는 100조원이 넘어서는 판국에도 행사·축제 예산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추경 제외)은 1조500억원이라 한다. 그리고 년간 행사 혹은 축제 건수만 해도 1만 1800건이라 하니 1년 내내 하루에도 평균 32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름만 지역축제지, 실상은 지역 표밭관리를 위한 동네 잔치수준이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 쌓기용으로 지방축제만 한 게 없기 때문에 효과도 없고 예산낭비만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자체 관계자 및 관련인원들로 자리만 차지한다.

지역축제 예산의 대부분은 스타 가수 초청과 지역 원로를 위한 위로 잔치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다음번 선거에서 또한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겉과 속이 다른 가면무도회가 아닐까 싶다. 지자체의 축제를 집행하는 부서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최’지 축제로 인한 ‘이익’이나 ‘뒤처리’ 등이 아니다. 수익 발생은 애당초 기획단계부터 들어가지 않는 항목인 듯 싶다. 그리고 무슨 축제만 끝나고 나면 해당 지역 일대는 그야말로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 무질서로 인해 다친 인원은 속출하고, 무허가 노점들이 길을 막아 다닐 수도 없고, 행사요원은 찾기도 힘들다. 큰 축제가 있는 날 저녁 9시 뉴스를 보면 으레히 사람들이 밟혀 수십명이 다쳤다는 내용과 먹다 버린 음식과 쓰레기가 천지였다는 소식뿐.  

#사례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놀러 가려면 8월을 택하라. 매해 8월 하순에 개최하는 ‘프린센그라트 페스티벌’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다. ‘프린센그라트(Prinsengracht)’라는 단어는 ‘왕자의 운하’라는 뜻이다. 이 축제 기간중에는 다양한 컨셉의 콘서트가 무려 160여회나 열리고, 수만명이 관람한다. 아시다시피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다. 운하의 도시답게 운하를 최대한 이용해서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다. 조그만 배에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도 듣고 따라도 부르고, 가져온 음식도 나눠 먹고 축제를 온 몸으로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부럽다. 도시를 사랑하는 시티러버들이 있는 한 도시는 활력 넘치는 에너지원이 된다.

#사례2, 세계적인 3대 눈 축제로는 캐나타 퀘벡에서 해마다 겨울에 열리는 ‘퀘벡 윈터 카니발’과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빙설제가 유명하다. 캐나타 퀘벡에서는 폭설과 얼음 등을 이용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는 매년 2월 5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데, 1950년 삿포로의 중ㆍ고생들이 오도리공원(大通公園)에 눈 조각 작품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삿포로 도심을 가로 지르는 오도리 공원 1.5㎞ 구간에서 열리는 눈 조각 경연대회, 얼음 조각 경연대회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으로 지역 경제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는 하얼빈의 빙설제를 꼽을 수 있는데, 매년 1월~2월 송화강변에서 열린다. 1963년에 시작된 하얼빈 빙설제는 거대한 교회, 유명인물, 탑, 로마의 콜로세움 등 7m 두께의 쑹화강 얼음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2천여 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례3, 오스트리아 서부 브레겐츠의 콘스탄츠 호수 위에 세워지는 간이 무대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공연단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브레겐츠 호수 축제 행사 중 하나로, 브레겐츠 오페라 하우스가 기획했다. 오스트리아 내 조용한 도시 중의 하나인 브레겐츠는 야외 오페라 덕분에 먹고사는 도시이다. 인구 2만명의 소도시인데 이 축제 하나 때문에 세계적인 문화 명소가 되었다. 물 위에 대형 무대를 만들어 오페라의 차원을 한층 격상시켜 보는 이들에게 입장티켓 구입비용을 전혀 아깝지 않게 만든다. 전세계에서 온 관람객이 2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티켓 수입은 570만유로 (85억원)에다가 인근 호텔, 상점이 거두는 경제 효과는 2000억원을 넘긴다고 하니 우리나라 지자체가 배울만하지 않은가.  

나는 세계 각국 비즈니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참 많다. 가까운 일본도 그렇고, 축제의 본고장 유럽도 그렇다. 그들은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후까지 지자체 관련자, 지역주민, 지역 상인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역사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스토리가 필요하다며 돈 주고 맡긴 이상한 연구용역 결과에 나온 내용대로 말도 안되는 기획을 하며 우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