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곳곳에서 구청과 노점 간의 충돌이 잦다. 이유를 알아보니 서울시가 추진하는 ‘노점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터이다. 지금까지 법 테두리 바깥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노점이라는 업태를 법안으로 끌어 들이는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판매대의 디자인, 규격, 위치 등을 지자체가 미리 정해 놓고, 일정 공간에 위치하도록 하여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토록 허가를 해주고,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통행에 불편을 줄여주려는 정책이라 한다. 이처럼 각 지자체의 노점정책은 해묵은 해결해야 할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었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금번에 ‘노점’이라는 유통업태를 제도권내에서 포용하려면, ‘노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버려야 할 것이다. 

#사례1, 유적지 담벼락에 늘어선 불법 노점상들

몇 년전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쳐 줄겸 겸사겸사해서 과거 삼국시대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부여 등을 가족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역사적 유물이 있던 ‘정읍사지 5층석탑’을 보고 나오는데, 고색찬란한 유적지 담벼락에 기대어 노점상 수십명이 진을 치고 도열을 하고 앉아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위대한 백제문화와 선조분들의 얼을 기리며 상념에 젖었던 필자를 일순간에 인상을 찌프리게 만들었고 또한 이분들이 차지한 보도공간으로 인해 차도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례2, 핀란드 헬싱키 '레스토랑 데이'

헬싱키시는 지난 2011년부터 3개월마다 주말 하루를 정해 ‘레스토랑데이’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날은 '누구나 아무 데서나 어떤 음식이든지 팔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공원 내설치된 좌판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내놓은 음식들을 시식하느라 정신없다. 이런 이벤트를 열게 된 이유는 핀란드 음식이 '가장 맛없는 음식'이란 오명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헬싱키 시내에 '음식 특구(Food District)'까지 지정해 신선한 생선과 육류, 베리 종류를 비롯한 과일을 이용한 음식들을 개발해 내놓았다.  

#사례3, 전통시장에서 문화를 판다

교토는 나라와 함께 일본의 1000년 도시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필수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교토는 서기 794년, 나라奈良에서 수도가 이전된 후 도쿄로 다시 옮겨가지 전까지 약 1100년 동안 천황이 머물었던 일본의 수도였다. 그만큼 역사가 있고 전통문화와 학문, 교육의 도시이다.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500년 전통의 ‘니시키’ 시장에는 500년 동안 교토 주민들의 사랑으로 발전했다. 니시키 시장에는 전통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교토에서 별도의 노점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난 30여년간 세계 여러 선진국 50여개 도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여행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가본 대부분의 선진국 도시에서는 노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위 핀란드 사례처럼 일정한 날, 일정공간에서 이벤트 방식으로 축제를 여는 노점방식은 존재하지만, 법테두리에서 벗어나 아무나 길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노점상을 발견한 곳은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서였다. 즉, 유통체계 및 사회체계가 발전단계에 있는 도시에서였다는 점이다. 만약 여러분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노점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대부분 법 테두리에서 일정 공간, 일정 시간에서만 상행위가 허가되는 경우일 것이다.  

이처럼 현재 서울시 및 각 지자체의 노점정책은 해묵은 해결해야 할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었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왕 고치기로 했으면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노점도 대한민국 유통의 한 업태라 할 수 있다. 노점이라는 업태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유통 시스템 구축에는 노점상 대표와 시민대표 그리고 지자체 대표 등 3자가 만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점이 다루는 품목이 주로 식품이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일반 식당처럼 지자체에 영업등록을 하고, 주기적으로 위생검열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무질서였던 노점도 지역문화에 일정부분 공헌하는 이익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의무인 세금납부에도 동참하고, 지역 활동에도 동참하는 등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