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전철 역중에서 시장이름을 따서 지은 전철역이 모두 3개가 있다. 지하철 9호선의 ‘공항시장역’, 5호선의 ‘영등포시장역’, 3호선의 ‘가락시장역’ 이다. 전철역 이름을 지을 때 해당 시장이 워낙 명소이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을 예상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상은 아닌 경우도 있어 보인다. ‘영등포시장역’이나 ‘가락시장역’은 규모면에서 어느 정도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이지만 ‘공항시장역’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보인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역이름을 딴 시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살펴보자.  

#사례1, 도쿄 아메요코시장 - 흥정은 있고, 없는 것이 없는 시장

아메요코 시장은 도쿄 JR우에노역에서 오카치마치역까지의 철로변을 따라 형성된 도쿄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통시장이다. 이곳에 가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없을 수도 있으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자.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가격 흥정 소리가 대단하다. 대부분 정가로 판매되는 일본 상점들과는 달리 이곳에선 고객과 가격을 흥정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일반적인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기본 상품군뿐만 아니라 신발에서부터 골프채, 생선, 건어물, 김, 먹을거리, 옷, 약국, 액세서리 등 전 품목, 전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다품목에 놀랄 것이다. 20대를 겨냥한 스니커즈 신발류, 50대를 위한 골프 세트류 등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상품화 전략이 눈에 띈다. 시장의 외형에서 일본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붕을 덮는 아케이드도 없으며 일부 상점은 난전까지 펴 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만 명, 성수기에는 50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 중 30% 이상이 외국 혹은 도쿄가 아닌 타지에서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이다. 시장 홍보를 위해 각종 국내, 국외 잡지에 홍보 광고를 내고 있고,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취급 품목과 점포 위치를 기록한 시장 지도와 영어 안내 책자를 배포한다.

#사례2 일본 가나자와시 오미초 시장 - 문화교류센터를 건립하라

일본 중부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시 중심부의 오미초 전통시장은 가나자와역 근처에 있는데, 2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으로서 185개의 시장 점포엔 수산물과 농산물이 주류이다. 이곳은 지금까지의 일본 전통시장의 아케이드방식에서 벗어나 3층짜리 건물로 다시 탄생을 하여, 1층에는 전통시장을, 2층에는 음식점들이 늘어선 푸드코트를, 3층에는 시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인 ‘교류플라자’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각종 강좌가 열리고 있다. 물론 강의실 옆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도 있다. 젊은 소비자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교류플라자를 만든 것이다. 3층 일부와 4층은 주차장으로 공간 활용을 하였다. 이를 통해 오미초 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하루 평균 1만 5,000명이 방문한다.

#사례3, 영국 런던의 해로우 시장 - 영업시간을 밤 시간에 초점을 맞추어라

영국 런던 북서지역에 있는 Harrow 시장은 런던 지하철 해로 (Harrow)역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이곳 시장은 지역주민들의 시장보기 시간대를 고려하여 운영시간을 저녁에 초점을 맞추어 변경하여 고객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고 있다. 즉, 나이트라이프(night life)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늦은 퇴근으로 인해 장보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더욱더 늦은 밤 시간을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싱글족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숫자를 기억하자. 이젠 이들을 위한 나이트라이프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론만 말한다면 해외 유명 도시에는 시장이름을 빌려 전철역 이름을 만든 역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전통시장을 도와주려면 전철역 이름만 덩그러니 만들지 말고, 그 지방과 지역의 특색을 살려 온리원(only one) 테마가 있는 하나뿐인 마켓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당연히 돈만 갖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21세기는 상상력과 열정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 대부분의 전통시장에는 고객들로 북적인다. 어느 시장이나 가보면 거래를 완결 짓기 위해 상인과 고객 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즐거운 인사말과 환송의 목소리, 세일관련 안내방송 등 시장은 왁자지껄하다. 그렇다. 시장은 본시 왁자지껄해야 시장이다. 시장은 도서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