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가면 자신들만의 빛나는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가 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일본의 수도 도쿄에는 ‘아사쿠사(浅草)’가 있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류리창(琉璃廠)’이 있다. 3개 도시의 3개 지역을 다녀와 보면 같은 한자(漢子)문화권이라 비슷하리라 예상하겠지만, 많이 다르다. 서울 인사동이 지닌 특색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만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더해서 정말 많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만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각 도시를 비교해 본다.  

#일본 도쿄 아사쿠사는 에도시대(江戸時代)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서 각광받고 있는 곳으로 대표적인 사찰인 센소사(浅草寺) 정문인 가미나리몬(雷門)과 센소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일본 전통 소품 및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나카미세(仲見世)인 길거리 쇼핑센터가 있다. 대부분의 초심 관광객들은 길거리 쇼핑센터를 보면서 센소사 정문으로 들어가 사찰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일본 전통의 길거리 음식을 사 먹거나, 기념품 가게에 들러 고국에 있는 친지용 선물을 구입한다. 당연히 이 길거리 쇼핑센터에는 자동차,오토바이 등이 지나가지 못한다. 쇼핑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인근 편의점은 중국 관광객들이 인기 화장품과 지역 특산물 등을 싹쓸이 쇼핑하기 때문에 면세 점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골몰 중이다.  

# 중국 베이징(北京) 텐안먼(天安門)에서 2~3㎞내에 위치한 시중심부에 있는 류리창(琉璃廠)은 원나라 시절 유리기와공장이 있어서 이곳 이름이 ‘류리창’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청(淸)나라 시절 베이징 외성(外城)의 상업이 날로 번창하여 고서적, 골동품, 탁본한 글자와 그림, 문방사옥 등을 중개판매하는 특색있는 상점거리가 형성되었다. 류리창은 서울의 인사동과 같이 후통(옛날집이 몰려있는 골목)을 포함하고 있어 옛 모습을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베이징 시당국은 이 곳, 류리창을 역사문화 창의산업 집중구역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다소 협소한 감이 있던 면적을 1.53평방㎞로 넓혀 전통 문화 상점 등을 유치해 고대풍의 쇼핑가로 바꿔나갈 계획이라 한다. 원래 여행을 가서 해당 국가에서 도장을 파 간직하면 장수한다는 속설을 믿고 있는 나로서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도장가게를 찾는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의 도장을 주문했다. 그런데 우리가족 십여명의 도장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제작 의뢰하니 제대로 나올까 의심도 했지만, 설마가 역시로 된 베이징 도장사건은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동양권,특히 한자권 국가를 여행하다가 도장을 새겨서 국내에 와 사용하게 되면 도장 주인이 장수한다는 속설을 믿어 보시기 바란다. 보은을 하려는 상대방에게 감동을 전사하기에 충분하리라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네 인사동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인사동 길 형태는 상당히 한국적이다. 직선형으로 만든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휘돌아 만든 길까지는 멋들어져 보인다. 하지만 이곳을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도무지 쇼핑이나 문화에 심취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인파로 가득 찬 짧은 길거리 쇼핑센터 구간이 차와 사람으로 뒤엉키게 된다. 여기에 국적불명의 길거리 음식이 주류이고, 선물가게는 중국산으로 뒤덮여 있고, 화장품 가게만 오롯이 생존하는 기이한 공간이다. 물론 아직까지 면세점포가 아니다. 일본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면세사업을 펼치는 중이고, 우리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면세점 사업을 전개하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인사동은 절대 차량진입 금지, 모든 품목의 국산화, 점포이 면제점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인사동 상권영역을 넓혀야 한다. 현재 조계사가 있는 지역까지 인사동의 판매상권을 넓히고, 일본의 사례처럼 제대로 상권을 형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인사동 근처에 있는 조계사와 연계된 공동마케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국내 최고의 사찰인 조계사와 인사동은 궁합이 참으로 잘 맞는 관광상품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사동 상권은 그야말로 동네상권이라 할 수 있을만큼 너무나 작고 보잘것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수 스토어로서 도장가게 여러 곳을 개점해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맞춤상품인 나만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은 서양 관광객들에게 더욱 인상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 당연히 가게 안에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도장의 유래와 도장선물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 인사동을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려면 먹거리,볼거리,놀거리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세우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