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부터 시작된 공용의 개념이 전기자동차까지 확대발전

-. 공용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렌탈’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발전 중

-. 제3의 공용 서비스를 먼저 찾아라, 그곳에 돈 벌 기회가 있다  

어느 날 오후, 백화점・면세점 등이 늘어선 프랑스 파리의 16구 도로 한쪽 편에 검은색 전선을 매단 채 충전중인 전기자동차가 한 대 서 있다. 은회색 자동차의 보닛에는 파란색 글씨로 ‘블루카(bluecar)’, 옆에는 역시 파란 글씨로 ‘오토리브(autolib)’라 적혀 있다. 이 조금은 독특한 외관의 이 4인승 자동차가 바로 2011년 12월부터 파리 시가 교통 혼잡 문제, 주차 문제, 대기오염 문제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만만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전기자동차 공유시스템인 오토리브의 핵심인 블루카다. 

2007년 세계 최초로 도입해 대성공을 거둔 자전거 대여시스템인 ‘벨리브(velib)’를 시작했던 프랑스가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동차까지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즉, ‘오토리브(Autolib)’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 공공대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눈치 챘겠지만, ‘오토리브’란 자동차를 뜻하는 'Auto'와 자유를 의미하는 ‘Libert´e'가 합쳐져 만들어진 어휘다. 파리 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도시교통시스템인 오토리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시 당국은 파리 시내와 주변 도시에 주차장을 겸해 사용하는 오토리브 정류장 250곳을 설치했다. 전기자동차인 블루카는 한번 충전하면 250㎞를 운행하며 최고 속력은 130㎞/h로 파리 시내를 다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파리시는 현재 2000대 가량의 블루카를 셰어링 서비스에 투입했고, 전용주차장도 4000곳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자전거에서 자동차까지 빌려 쓰는 세상이 되었다. 프랑스의 파리 시가 ‘자전거 혁명’에 이어 또 하나의 친환경 대중교통 혁명에 도전한 것이다. 오토리브는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동으로 운영되는 소형 전기자동차 렌탈 시스템이며, 2007년 파리 시에서 최초로 도입해 대성공을 거둔 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가 기본 모델이 되었다. 오토리브는 어디서든 빌리고 반납할 수 있고, 친환경 차량 전용이라는 점 등에서 기존의 렌터카와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이다. 수도 파리와 수도권 곳곳에 주차장 겸용의 정류장을 만들고 그곳에 대여용 전기차를 비치해놓은 다음 자동차 면허를 소지한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차를 빌려 사용한 다음 목적지 근처의 다른 오토리브 정류장에 반납하면 된다. 즉, 기차역 대여소에서 자동차를 빌려 타고 가서 집 앞의 대여소에 반납하는 식이다. 전자결제・위치추적(GPS·Global Positioning System)・무선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 cation)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용 요금체계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면밀히 분석한 결과, 30분 단위 이용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고 그에 맞춰 책정했다고 한다. 참 아름다운 기획이지 않은가!

회원 가입은 간단하다. 프랑스 국적의 이용자는 물론이고 운전면허와 전자여권과 요금을 지불한 신용카드만 있으면 누구든 회원으로 등록해 오토리브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비는 연 144유로(20만원), 주 15유로(2만1000원), 하루 10유로(1만4000원)다. 요금은 처음 30분은 연회원 5유로(7000원), 주·하루 회원 7유로(9800원)를 받는다. 만약 파리의 일반택시를 30분정도 이용한다면 30~40유로(4만2000~5만6000원)가 나오게 된다. 당연히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차량 운행 중 사고가 나더라도 오토리브 운행 회사가 책임을 진다고 하니 이용자는 정말 자유롭고 평화롭게 공용 자동차를 이용하게 된다는 말씀. 게다가 오토리브는 주차 걱정과 주차료 부담도 없다. 목적지에 가까운 아무 대여소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파리 시는 이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환경보호는 물론이고 기름값・보험료 절약과 주차 스트레스 해소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영관리 위탁회사는 연 회원 8만 명 가입을 목표로 하며, 7년 이내에 흑자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랑스 같은 나라는 우리처럼 새로운 공공 프로젝트 진행 시 2~3년 이내에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갖고 있지도 않다.

파리 시는 ‘벨리브’ 공용 자전거 시스템을 시행함으로써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객들의 대단한 호평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자동차에까지 대여 시스템으로 확장했는데, 이로 인해 관광객 유치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 도시의 정책이나 생활과 문화 콘셉트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가는 선진국의 공용 개념의 시스템을 우리도 적극적으로 배우고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확산되기 시작한 ‘렌트’ 개념의 비즈니스가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다. ‘소유’와 ‘이용’의 두 가지 개념 중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민이 많아지고,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과 기술에 의해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친환경주의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환영받는 ‘공용’, ‘렌트’의 개념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는 이런 트렌드를 모르거나 무시한 채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점점 커지고 심화되는 렌탈시장의 미래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렌탈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말하자면, 평생 30분도 채 사용하지 않는 전동드릴을 집집마다 사서 보유했던 과잉소비 시대가 본격적으로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3조 30억 원 규모였던 렌탈시장의 규모는 지난 해 10조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렌탈시장 초기만 해도 정수기, 비데 등에 머물렀던 렌탈 품목도 최근에는 침대매트리스, 안마의자, PC, 노트북, 자동차 등으로 다양화되어가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대형할인마트까지 본격적으로 렌탈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대한민국 렌탈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서 진행 중인 렌탈서비스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집중되어 있는 데 반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비데나 정수기 등의 제품에 한해서만 렌탈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국내에서 렌탈시장이 점점 더 확장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불경기와 경기 침체, 끝도 모르고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유가, 갈수록 추락해가는 돈의 가치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 주머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골몰하게 되었고, 그런 니즈를 공략하여 렌탈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확장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IT업계를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 주기가 굉장히 빨라지고, 1ㆍ2인 규모의 소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50퍼센트를 훌쩍 넘어서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을 일일이 구매하기보다는 차라리 대여해서 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간 것이다. 그렇다. 아무래도 렌탈시장의 주요 고객은 싱글족이나 신혼부부 등 1인, 혹은 2인 가구를 중심으로 확장되어가는 추세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에는 렌탈이라고 하면 정수기나 비데 같은 품목에 머물렀던 것이 요즘은 대형할인마트를 중심으로 가전렌탈에 매트리스 렌탈까지 확장되어가고 있다. 스마트TV를 대여해서 사용할 경우 36개월 동안 6만원, 48개월 동안 5만원을 매월 지출하는 식이다. 매트리스는의 경우는 월 3만원 정도를 렌트비로 내게 되며, 3년 혹은 4년이 지난 후에는 소유할 수 있다. 또한 상품을 대여중인 고객이 마음이 변할 경우, 언제든지 렌탈을 중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렌트한 제품을 6개월만 쓰고 해지할 경우 의무 사용기간(통상 1년) 중 잔여기간인 6개월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전액을 내고, 나머지 약정기간인 2년에 대해서는 사용료 절반을 부담하는 식이다. 이때 제품은 당연히 이마트가 회수해간다. 사용기간에 따라 일시불보다 더 많은 비용이 더 들 수도 있고 렌탈과 구매 중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내가 생각할 때, 렌탈 비용은 소비자가 실제 사용한 시간에 비례하여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다. 사용시간에 따른 이용 요금 과금 방식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체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고가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일일이 다 구입할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접속해 정확히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의 IT 서비스 개념이다. 이것은 마치 개인이 전기를 소비할 때 실제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인터넷 서버도 마찬가지다.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면 된다. 향후의 소비는 이렇듯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점점 바뀌어가리라 예측된다.

이미 얘기했듯이, 렌탈시장의 확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다면 렌탈시장의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 등의 렌털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잠시 살펴보자. 

각국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렌탈서비스 

2007년 설립된 중고품 렌탈 사이트인 프랑스 ‘지록(Zilok)’에는 현재 18만여 종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대형쇼핑몰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 수보다도 많은 종류의 상품이 렌탈 형식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사다리가 필요한 사람의 경우 우리 돈으로 하루 6,000원이면 빌려 쓸 수 있고, 니콘 디지털카메라는 2만원, 세그웨이는 10만원, 포클레인은 25만 원이면 하루 동안 빌려 쓸 수 있다.

프랑스에 ‘오토리브’가 있다면 미국에는 ‘집카(Zipcar)’가 있다. 기존 렌터카 사업은 차를 빌리려는 사람이 직접 영업장을 찾아가 하루 이상 빌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물론 원하는 장소로 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있지만 이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렌터카업체 직원과 시간 약속을 한 다음 서로 맞춰야 했다.

반면 ‘집카’는 시내 중심가나 터미널, 주택가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는 방식이다. ‘집카’ 회원은 스마트폰으로 주변에 이용 가능한 자동차의 위치를 검색한 뒤 그 자리에서 예약할 수 있다. 차 앞에 도착해 무선인식 칩이 들어가 있는 회원카드를 차의 앞 유리에 갖다 대면 문이 열린다. 차는 1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시간당 7달러 정도다. 여기에는 보험료와 기름 값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개념의 렌탈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주방 렌탈’ 비즈니스가 그것이다. 주방 렌탈서비스는 미국의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급속도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주로 한 고객들에게 주방을 빌려주고 밥을 직접 만들게 한 뒤 포장해주는 DIY(Do It Yourself) 음식 제조 콘셉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DIY 조리업체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12가지 메뉴를 고른 다음 한가한 주말 시간을 이용해 집 근처 매장에 사전 약속을 한 뒤 방문해 요리를 하는 방식이다.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대형 주방에는 배추・감자・쇠고기 등 요리 재료가 미리 적당한 크기로 잘라져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벽에 조리법과 요리 사진이 붙어 있어 그걸 보면서 요리하면 된다. 요리가 끝나면 업체의 직원이 원하는 분량으로 끼니별 진공 포장을 해주는데, 그걸 집으로 가져가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네 근처에 있는 복지센터 내 요리가 가능한 주방을 주말에는 빌려주는 공공서비스를 지자체에서 먼저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상당히 호감가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세상의 렌탈서비스는 점점 발달해가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모든 서비스는 ‘협력적 소비’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움직인다. ‘협력적 소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그 과정이 전보다 훨씬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팔거나 교환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하지만 인터넷과 위치 기반의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내게 남는 잉여상품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상품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환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일명 ‘착한소비’가 가능해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와같은 ‘공용’의 개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시민들에게도 좋고, 비즈니스 주체회사는 돈도 벌고 칭찬도 받아 좋은 사업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전거, 자동차 그렇다면 제3의 공용서비스가 빛을 발할 아이템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숙제이면서 머니 메이킹(money making)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