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에 광고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 오프라인 중심으로 살아가는 소비자에게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 예측불허의 광고는 언제나 소비자를 즐겁게 만든다

암스테르담은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펑크족과 트램(tram)이라는 전차, bus, 자동차가 어우러져 처음에는 한참 낯설어 보이는 도시. 역시 많은 관광객과 인파가 중앙 역 근처에서만 붐빈다. 유럽 여러 도시를 돌다 보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많은 시민들과 조우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양복입은 신사와 숙녀들이 일사분란하게 직장이나 집을 향해 움직인다. 그곳에서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과 함께 암스테르담 근교를 도는 단체 바이크투어를 신청했던 기억이 있다. 중간에 치즈를 만드는 농장도 방문해서 치즈 공정도 배우고, 풍차마을도 지나는 등 암스테르담을 참으로 좋은 인상을 갖게 만들어 준 여행. 그 당시 바이크는 핸드브레이크가 아닌 발을 역방향으로 돌려서 브레이크를 잡는 풋브레이크 방식이라 처음 익숙해 지느라 힘이 들었지만 곧 여러 바이크여행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었던 암스테르담. 이곳 역시 조금만 골목에 들어서거나 공사장 펜스에는 여지없이 광고패널이 즐비하게 있다. 하지만 도시 미관을 생각해서 너무 튀거나 선정적인 광고는 찾기 어렵다.

공사중인 건물의 외벽엔 여지없이 광고패널이 부착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곳곳에 세워진 광고판을 만나게 된다. 이런 광고판을 보고 있으면 상품 판매에 중점을 두었다기보다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주고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서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럽의 도시들은 살아 있는 광고학교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유머와 재치 만점인 카툰형 광고를 볼 때는 유럽인들의 재치와 여유를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다니다 보면 건물 외벽을 우리나라처럼 회색 벽으로 방치해놓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오히려 힘들 정도다.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골목에 들어서니 이곳 사람들은 평범한 건물 외벽을 광고판으로 적극 사용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미한 만화 캐릭터 등을 적극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상업적・예술적 가치를 창조해낸다. 이 점에서는 미국의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큰 건물 외벽 한 면 전체를 유명한 영화배우가 등장하는 광고로 장식한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덕분에 사람들은 드라이브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을 볼 수 있어 즐거워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유명 브랜드들이 아직 공사 중인 건물 외벽을 광고판으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런 형식의 초대형 외벽 광고는 건물의 보수공사 기간을 이용해 외벽에 설치한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시행하는 광고이다 보니 디자인 수준도 꽤 높고, 무척이나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또 그런 만큼 광고 효과 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요즘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아예 건물 전체를 감싸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기법도 종종 활용된다. 물론 이 광고 역시 주로 보수공사 중인 건물을 활용한다. 건축 중이거나 보수공사 중인 건물을 활용한 광고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왜냐하면 기업에는 높은 광고 효과를 얻게 하면서 건물주나 도시의 입장에서는 이미지를 좋게 해주고 주변 환경을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관광명소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공사 중인 건물들은 대부분 그 부근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위협적이고 불쾌한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던 걸 감안하면 이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동안 방치돼왔던 건물 외벽을 예술성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접목된 살아 있는 광고판으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어필하며 영향력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물 외벽을 적극 활용한 광고기법이 가장 발달한 도시로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도 100년이 넘는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가 참으로 많다. 이런 도시들에서는 항상 어느 곳에선가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거의 예외 없이 매우 훌륭한 광고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우리나라의 대도시들에서도 신축 건물 외벽을 이용한 이런 신개념의 광고기법이 향후 좀 더 세련되고 활성화되리라 기대해본다. 아마 21세기 광고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 눈과 뇌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겠다.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의 도움으로 건물과 스토어의 외관에는 밋밋한 회색이 아닌 다른 방식의 광고가 들어 와 있을테니 말이다.

얼마 전, 브뤼셀의 한 광고회사가 어느 건물 벽에 ‘게임천국’을 재현함으로써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즉, 도시 건물의 벽면을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이용하여 게임천국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요즘 게임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세계를 휩쓸면서 게임시장도 더욱 확장되어가고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즐기다 보니 적잖은 불편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점에 착안하여 이 광고회사는 게임을 좋아하는 브뤼셀의 시민들에게 작은 화면에서 하는 게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매우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은 게임 조종기가 된다. 그리고 작은 화면에서 게임을 하느라 구부정해진 목과 허리도 당당히 펼 수 있다. 영화관만 한 오락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게임 유저들에게 주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현장에서의 뜨거운 열기와 그로 인한 대단한 입소문이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톡톡 튀는 세일즈 프로모션과 건물 외벽 광고가 절묘하게 결합됨으로써 양질의 엔터테인먼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상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건물 외벽을 이용한 기법과 유사한 개념의 또 다른 광고가 있다. ‘버스 광고’가 그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버스 전체를 광고로 도배한 ‘AD Wrap' 기법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광고는 아직까지 불법으로 단속과 규제의 대상이다. 행정안전부의 관련 법령에 따르면, 버스 광고의 크기가 차창을 제외한 측 면적의 1/2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8,300여 대의 버스가 운행 중인 서울시는 이를 좀 더 규격화해 가로 3.7미터, 세로 1미터 크기를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본이나 미국, 혹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편이지만 서울시 버스 외부광고 사이즈를 2013년 1월부터 광고 허용면도 기존 면(220×50㎝)보다 2배가량 확장하고 광고면 안에 타원, 삼각형, 사각형 등 자유로운 형태의 광고물을 붙일 수 있게 하여 숨통을 조금 트이게 하고 있다.  

버스 이외에도 비행기 전체를 광고로 덮는 방식도 유행이다. 항공기 래핑은 눈에 띄는 큰 이미지, 하늘 위까지 누빈다는 상징감, 전 세계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높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항공은 비행기 동체 전체에 연어 한 마리를 그려넣어 연어의 본고장, 신선한 해산물이 많은 곳이 알래스카임을 강조하는 등 특정 지역의 특산물을 쉽게 연상 시켜주는 등 효과가 크다.

또 다른 사례로는, 우리나라에서 동네 전체에 그림을 그려 백팔십도 탈바꿈함으로써 유명해진 동네가 몇 군데 있다. TV에 나온 동네의 근사한 담벼락 때문에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건물 벽면을 활용한 실용 예술은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우리나라도 최근에서야 신축중인 건물의 가림판에 유명화가의 명화를 그려놓는 등 지나가는 보행인을 위한 시도가 간헐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유럽에 비하면 비교조차 안 될 정도다. 실생활에서 미술과 문화를 굉장히 밀도 있게 체험하며 살아가는 유럽인들에게 있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문화를 표현하는 장소로 인식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갈 길이 멀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의 씨앗은 분명히 뿌려진 셈이며, 위에서 제시한 선진국들의 여러 성공 사례를 적극 배우고 벤치마킹해가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조되고, 생활에 깊이 침투하게 되리라 본다.

그렇다면 동네 신축건물 혹은 신축 스토어 가림막을 이용한 광고 비즈니스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요즘같이 업종전환이 빈번한 계절에는 동네 광고주의 광고를 신축 건물 가림막에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므로 동네 광고 회사를 만들어 동네 가림막을 이용하거나 가게 셔터를 이용하여 광고를 멋지게 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건물 외벽을 이용한 광고판 방식에서 상당히 진화된 콘셉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비즈니스’다. 프랑스어로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sade)'에 조명을 이용해 예술적 이미지나 정보를 구현하는 방식이 곧 미디어 파사드다. 처음 이 개념에 대해 들은 사람 중 전광판과 혼동하는 사람이 꽤 많다. 전광판은 건물의 옥상에 올리거나 외벽에 붙이는 방식으로, 일반 TV를 대형화한 것에 불과하지만 미디어 파사드는 외벽 자체에 조명을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창작물에 가깝다. 야간의 도심 건물 벽면에 프로젝터로 광고를 쏘기 때문에 '빔버타이징(beam+advertis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인구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여서 이런 나이트라이프(night life)의 활성화에 힘입어 앞으로 건물 외벽을 활용한 파사드 비즈니스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예술적 조명효과와 매우 다양한 메시지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에서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분수와 파사드 조명이 만나면 또 다른 예술 및 비즈니스 영역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우리나라도 벽면을 이용한 최첨단의 광고기법이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곤 한다. 가로 37.5미터, 세로 16미터 크기의 초대형 외벽 스크린을 다양한 캐릭터 등으로 화려하게 수놓는 빛과 사운드의 향연. 얼마 전 신촌의 어느 백화점 건물 외벽에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6시간 동안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여러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열린 ‘미디어 파사드 3D 영상쇼’가 공간의 확장성과 입체성을 극대화하여 마치 건물의 외벽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을 보는 듯한 착시 현상을 경험하게 해준 것이다.

초대형 광고판을 이용한 매우 훌륭한 사례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LED광고판을 활용해 실제로 범인을 잡는 데에 성공한 일을 꼽을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지명 수배된 범인의 얼굴 사진을 뉴저지의 고속도로 대형 옥외 광고판에 올리자, 그걸 본 범인이 이제 어디로 도망가도 안전하게 숨는 일이 불가능하겠구나, 체념하며 경찰에 자수했던 것이다. 이 사례 이후 FBI는 대형 옥외 광고판을 활용한 '초대형 수배 전단'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로 2007년 일부 지역 고속도로 변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 ‘빌보드 수배령’은 최근 미국 전역의 40개 주에서 동시에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고층빌딩의 디지털 빌보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빌보드 수배령에는 거대한 얼굴 사진은 물론 키, 몸무게, 신체적 특징, 신고번호 등이 빼곡이 적혀 있다. 시민들이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지나치는 고속도로나 대형 건물의 벽면에 수배범의 신상정보가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흉악범을 검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흉악범 검거방식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 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지정한 게시대에 설치해야 하며 광고물의 표시 면적은 창문, 출입문 면적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런 솜방망이 규정 때문에 대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 구청의 제재와 지역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불법 옥외광고를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불법을 자행하는 대기업들은 누구나 다 아는 기업들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결론은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하는 빈틈의 공간을 이용해서 공익적인 정보 혹은 위탁대행 받은 업체의 홍보를 전달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중이다. 동네 비어있는 공간을 공익을 목적으로 정보성 홍보물을 대행해 주는 비즈니스를 대행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일정 장소를 누구나 말하고 싶은 내용을 실어 주는 대자보판 역할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모바일 광고가 대세라 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으로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오프라인 광고는 영원한 친구일 것이다. 세월이 지나다 보면 엄격한 벽면 이용 광고도 선진국처럼 수정,보완될 날이 오기 때문에 그 때를 준비하면서 창조적 광고 대행사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