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KBS-1TV ‘시사기획 창- 거리의 셰프 길을 묻다’편을 잘 보았다. 내용을 간략히 줄이면 볼거리와 맛, 이동성 등 3박자를 갖춘 푸드트럭이 새로운 음식문화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지자체로부터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영업할 수 있는 족쇄 때문에 푸드트럭의 업의 개념에 위배되는 이상항 영업형태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나 또한 유통트렌드 전문가로서 TV에 나와 현재 꼬여있는 푸드트럭의 해법에 관해 간략히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푸드트럭을 방치해선 안되는 시점까지 온 듯하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푸드트럭의 해법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아시다시피 전세계적으로 2008년 무렵부터 급격히 몰아닥친 장기불황은 푸드트럭 신장의 배경이 되었다. 어찌 보면 푸드트럭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불황기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안성맞춤인 업종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음식 값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 공급자 입장에서는 일반 레스토랑과는 비할 바 없이 저렴한 창업 비용이 장점이다. 미국에서 푸드트럭 초기 투자 비용은 7만~8만 달러로 일반 레스토랑의 10만~30만 달러에 비하면 절반 이하에서 1/4 수준으로 적게 든다. 게다가 만약 한 곳에서 실패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비교적 손쉽게 메뉴와 브랜드명을 바꿔 재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불황기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에서는 창업자에게 매력 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 푸드트럭은 말이 나온 김에 노점과 함께 합법화 시키는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명동이나 이태원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불법적으로 운영 중인 노점을 비롯해서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는 푸드트럭까지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1석2조의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사실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된 세금을 거둬들이는 절차가 쉬워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 입법을 미루는 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에도 푸드트럭의 발전은 곧 지방자치제 수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천여 지방정부는 푸드트럭을 철저하게 점검 및 단속하려 한다. 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푸드트럭이 소매 음식점으로부터 최소 150피트(45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영업해야 하며 하루에 4시간 이상 공공장소에서 머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D.C.는 푸드트럭이 손님들을 줄 세우지 못하도록 했으며, 로스엔젤레스는 푸드트럭 직원들이 손을 씻을 수 있는 화장실로부터 200피트(60미터) 이내에서 영업하도록 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푸드트럭을 비롯해 이동상인들이 한 장소에서 45분 이상 머물 수 없으며, 볼티모어에서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초등학교 근처에 푸드트럭이 주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자체는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식문화 제공을 위한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지금 우후죽순으로 자리를 잡은 노점까지 한꺼번에 새로운 시스템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향후 푸드트럭 비즈니스는 단지 식음료 전달 기능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를 창조하는 그야말로 ‘창조경제’의 선구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 2013년 5월 말, 미국 마이애미 해변에서는 푸드 트럭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페스티벌에 미국 전역의 다양한 푸드트럭이 모두 모여 색다른 식문화를 제시했고, 각 나라의 로컬 푸드를 맛보기를 원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운집하면서 페스티벌은 매우 성공적인 행사가 되었다. 여기에 뮤직페스티벌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과 캠핑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단순한 길거리 음식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식문화를 창조한 셈이다. 이처럼 푸드트럭은 한 데 모이게 되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대기업과도 경쟁해나갈 수 있고, 다양한 식문화를 제안할 수도 있게 된다. 미국 푸드트럭 페스티벌처럼 우리나라의 지자체가 벌이는 지방 축제중의 주요 테마를 ‘푸드트럭’으로 잡아도 좋겠다. 각 지방의 토속음식을 준비한 푸드트럭에서 여러 종류의 맛갈난 음식도 골라 사먹으면서 새로운 음악(재즈 혹은 락 페스티벌)도 듣고, 해당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패키지형 지역축제 개최가 가능한 셈이다.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창조관광’이 눈 앞에 그려진다.

푸드트럭 비즈니스가 합법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앞으로 ‘푸드트럭 터미널’사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진행되리라 예측된다. 푸드트럭 주차장과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 곁에 있고, 그 옆에는 주유소까지. 여기에 물과 그밖의 원재료 공급 그리고 음식을 조리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개별적인 조리시설의 임대 등이 갖춰진다면 소비자에게 색다른 이색 아웃도어형 체험을 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 같이 가족캠핑 문화가 발달하는 트렌드와 절묘하게 궁합이 맞게 된다. 각 지자체는 현재 갖춰져 있는 캠핑 공간 옆에 푸드트럭 터미널을 함께 유치함으로서 침체된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 보인다.

체계화되고 합법적인 푸드트럭 비즈니스는 침체한 내수경기를 살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골목형 비즈니스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도심 상권을 재편한다면, 골목상권은 푸드트럭 같은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도 한 가지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 적은 자본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얇은 지갑 사정을 감안하면서도 제대로 된 끼니 하나를 해결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트럭 비즈니스를 허해야 할 시점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전봇대도 뽑는다는데 하물며 놔두면 제 발로 굴러가는 트럭쯤이야!  

도시의 회색빛 콘크리트 아주 멋있긴 한데, 거기에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화할 수 있게끔 음식을 제공하는 그런 푸드트럭은 새로운 식문화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