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연결통로를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지하철경제’

대도시를 중심으로 출퇴근 및 용무를 위한 대중교통은 단연코 ‘지하철’이다. 출·퇴근길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웹툰을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우리나라 서울·수도권 1일 지하철 이용자는 대략 1천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거대 시장이 땅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뜻이다. 즉, 날씨 및 외부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 매장은 신사업의 엘도라도인 셈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지하철 연결통로를 통해 새로운 ‘지하철경제’가 탄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지하철 시스템과 메커니즘, 그리고 문화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매출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는 여러 선진국 사례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 일본의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사업이 만성 적자로 돌아서자 곧바로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된다. 즉, ‘에키나카 비즈니스’라 불리는 새로운 경제를 땅 밑에서 창조해 냄으로서 지하철의 급속한 수입 감소도 타개하고, 입주 점포의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날마다 전철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만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지만 매출은 의외로 높은 편이라 한다. 시내 중심가의 백화점들은 오후 8시면 대부분 문을 닫지만 에키나카 점포들은 원한다면 전철이 끊어질 때까지 얼마든지 영업할 수 있다. 게다가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날도,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등 날씨에 관계없이 고객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들 대부분이 여유 있게 쇼핑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이므로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으니 그야말로 1석3조 아닌가!  

전철역을 활기 넘치는 쇼핑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에키나카 비즈니스  

#사례1. 미국은 뉴욕의 지하철과 연계된 기차역 내 ‘세탁소’가 유명하다. 출근할 때 수선할 옷을 맡겼다가 퇴근할 때 찾아가는 이용객이 많다. 미국의 경우, 지하철이나 철도와 연계된 역 구내에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세탁물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어쩌나 걱정하는 고객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주로 불투명 비닐백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용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례2. 일본 도쿄의 도쿄역에는 약 5년간의 리뉴얼 작업 끝에 새로운 스트리트가 생겼다. 이름하여 ‘캐릭터 스트리트’. 30여개의 일본 주요 캐릭터를 판매하는 매장이 길 양쪽으로 즐비하다. 도쿄 시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하루 80여만명이 늘 북적인다. 도쿄역 캐릭터 스트리트는 캐릭터 상품들의 천국이다. 우리가 잘 아는 고양이 캐릭터인 ‘헬로 키티’뿐만 아니라 보노보노, 무민, 후낫시, 피카추까지 너무 많은 캐릭터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사례3. 도쿄는 지하공간을 지상과 연계해서 복합개발하고 있다. 도쿄역에서 오테마치를 거쳐 긴자 거리까지 지하 4㎞ 길이의 지하통로를 LED등을 설치하고 지하 보행로 양옆으로 지하상가를 설치했다. 도쿄역세권에 새로 짓는 초고층 빌딩들은 지하보도와 연결통로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도쿄에는 '지하가(街)'라는 단어가 일상화되고 있다.

#사례4. ((국내사례)) 서울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센트럴시티에 국내최대의 2030 패션타운이 형성되었다. 90여개의 패션브랜드를 모아서 매장 스트리트를 만든 것이다. 이 거리는 신세계백화점이 주관하여 백화점과 고속터미널 사이 반포 센트럴시티 지하 1층에 영업면적 1만2298㎡(약 3720평) 규모로 스트리트형 패션 전문관을 오픈했다. 지하통로를 통한 새로운 경제가 태동 중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