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9단인 이세돌의 한판을 TV를 통해 시청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한판 승부는 앞으로 펼쳐질 세상의 변화에 대한 2가지 화두를 던져 준다. 첫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치 북극해에 떠있는 빙산은 그야말로 조그만 한조각이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우리는 앞으로 극히 일부분만 우리의 눈을 통해 보여 질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 해도 사람의 미소를 절대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과 비슷한 표정을 일부 따라할 수 는 있겠지만,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오감의 표현과 명랑하고 친절한 몸짓과 말은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친절은 기업이 가질 수 있는 21세기 가장 큰 경쟁력  

우리나라에 ‘고객만족’이라는 서비스 경영이 나타난 것이 20여년 전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앞다투어 ‘고객만족’이라는 표어를 전사적 운동으로 앞세우면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고객만족은 더욱 벌전해서 ‘가치제안’이라는 고차원적 접근방식으로 성숙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IT가 발전하고 로봇이 발전해도 인간만이 보여주고 표현할 수 있는 미소와 친절한 한 마디의 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경쟁이 아주 치열한 유통업,서비스업에서 전개되는 경쟁력은 고차원적 서비스가 제안되어 지고, 소비자로 하여금 채택되게끔 만들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는 어떻게 우리나라 카페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또 있을까 싶다. 우후죽숙으로 문을 열고 있는 커피전문점 브랜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스타벅스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도 수많은 유명 커피숍이 산재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기존 커피숍과 극렬한 차별화 전략을 전개했을까?

스타벅스는 1단계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중요한 편익으로 집과 직장 이외의 공간인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집과 직장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게 되었다. 2단계로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줄서는 것)을 즐거운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들은 해결책을 제시했던 것이다. 앱세상에서 스타벅스 앱을 만들어 고객으로 하여금 스타벅스 매장에 오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커피를 주문했고, 그들은 커피를 제공하는 데 최대 30초가 걸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서비스업, 유통업의 핵심은 운영하는 매장에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시 한번 오고 싶도록 만들기 그리고 한번 방문한 고객에게 즐거움 주기가 생명인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지금까지의 경험의 관행을 깨고, 소비자들이 쇼핑 시 느끼는 불편함을 그대로 두지 않고 바로바로 시정 제시해 드려야 한다.  

친절이 생명인 또 하나의 서비스업이 있다. 바로 백화점이다. 백화점 고객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그래서 특히 여성고객의 감성만족 부분에 많은 서비스가 집중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백화점으로 알려진 미국의 ‘노드스트롬’백화점도 여성 고객 감성을 만족시킨 사례로도 유명하다. 가장 간단한 사례로는 어느 여성 고객이 구입하고 싶었던 바지가 세일로 인해 이미 다 팔려 구입할 수 없게 되자 백화점 측은 다른 백화점 매장에 가서 그 고객이 원했던 바지를 구입해서 세일 가격으로 판매했다. 당연히 ‘노드스트롬’측은 청바지 매출에서 할인해 준 부분만큼 손해를 봤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고객 로열티를 얻게 된다.  

친절하지 않기로 소문난 업계도 있다. 바로 ‘택시업계’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도 서서히 친절이라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내 차보다 편한` 부산 등대콜 택시 사례다. 택시 서비스의 대명사인 일본에 MK택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부산 ‘등대콜’택시가 있다. '등대콜'택시를 부르면 오렌지색 제복을 입은 운전기사가 우선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미리 문이 열려져 있는 택시를 탄 고객은 두 번째 놀라게 된다. 운전기사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차 온도는 괜찮으세요" "좋아하는 음악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동안 고객와의 눈높이 대화는 계속된다. 마무리는 현금영수증을 끊어 주면서 인사를 하면서 끝난다. 사실 ‘등대콜’택시 운전기사분들은 일본 MK택시에 가서 서비스 교육을 받아온 분들이기에 더욱 한국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동부NTS가 출시한 콜택시 앱인 ‘모범기사 엔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콜택시를 요청한 승객의 위치까지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사와 승객이 보다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서비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곳은 ‘에버랜드’라 생각된다. 나는 몇 년전 에버랜드에 가족과 나들이 갔다가 그곳에서 21세기형 서비스맨의 모습을 발견하여 너무나 반가웠다. 휴일이라 대부분의 놀이기구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거의 1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많은 놀이기구 중에서 가장 고객을 밝고 환하게 만드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니 바로 ‘아마존 익스프레스’다. 이 놀이기구는 2명씩 한조로 5조(10명)가 한 보트를 타고, 약한 급류를 따라 한바퀴 도는 기구이다. 이 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죽 늘어 서 있는 중앙에 한 사나이가 너무나 재미난 재담과 익살스런 연기와 춤으로 기다리는 고객에게 풀 서비스를 한다. 그것도 쉬지 않고 말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유쾌하게 만드는 이 재담꾼은 방문객의 혼을 쏙 빼 놓기에 모자람이 없다. 거의 2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드는 왕중왕 서비스맨의 재담과 연기를 보면서 21세기형 진정한 프로 서비스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애플의 아이폰.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아이폰 매장을 가면 매장에서 근무하는 애플 판매원들의 친절함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애플도 벤치마킹한 회사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전세계 호텔 서비스의 대명사인 ‘포시즌즈’ 호텔이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잡스가 벤치마킹한 회사다. 이곳의 CEO가 갖고 있는 경영마인드는 친절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 준다. 그는 호텔리어가 아닌 건축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손님 입장에서 생각한다. 모든 호텔이 '좋은 서비스'를 중시하지만, 그 서비스는 손님보다는 호텔 관점에서 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깨닫고 새로운 관점에서 호텔업을 시작해서, '최초'자가 붙은 서비스만 25가지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북미 호텔 중 처음으로 큰 수건을 설치한 점, 호텔 내 샴푸가 쓰기 싫어서 항상 병에 샴푸를 넣어 다니는 것을 보고 호텔 샴푸를 고급 제품으로 배치한 점, 방에서 담배 냄새 나는 걸 싫어하는 친구를 보고 금연층을 따로 둔 점, 매일 운동하도록 호텔에 피트니스 센터를 설치한 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처럼 모든 혁신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모든 서비스업의 승패는 작은 데서 결정된다. 매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 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하고 묻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한 집 건너 포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편의점 비즈니스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지닌 시장 포지셔닝을 하려면 당연히 나만의 고객을 많이 창출해 내야 한다. 소비자 자신의 취향을 미리 알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포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