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역 묻지마 노래방 화장실 살인사건, 이십여년전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 살인사건 등을 보면서 두 사건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건 여자건 혼자 공중화장실에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점이다. 나또한 공중화장실에서 너무나 놀랐던 미국의 공중화장실 사건과 선진국의 공중화장실 이용실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미국 공중화장실, 일반 시민들은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트렌드  

나는 지금껏 20여년간 선진국 도시에서 진행되는 트렌드의 변화를 알기 위해 마켓서베이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외국 도시를 여행하는 중에 급박한 생리적 요구에 직면했을 때에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공중화장실에도 이용방법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미국 시카고 여행 중 죽음의 공포 앞까지 갔다 온 사건 이후로 아무리 급한 볼일이 있어도 외국에서 공중화장실은 되도록 피하는 습관이 들었다. 미국 시카고 외곽에 위치한 ‘에반스톤’이라는 유명한 교육도시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구경하고 근처에 사는 지인을 만나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패스트 푸드로 가볍게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헤어질 때까지는 별일이 없었다. 그런데 헤어져 돌아서는 순간부터 웬일인지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정말 화장실이 엄청 급하다.

겨우겨우 참고 도착한 시카고 중앙 유니온역. 중앙역답게 당연히 이곳은 여지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나는 화장실 표시를 한참을 찾아 그 화살표를 따라 정신없이 경보를 걷는다. 다리가 약간은 꼬이면서 엉거주춤한 자세이면서 얼굴은 상당히 이그러진 상태로 빠른 걸음을 걷는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지만 내 눈에는 단지 화장실 위치를 알려 주는 표지만 보인다. 지하 3층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루프 형태로 된 화장실 가는 길이 왜 이리 긴지,,, 드디어 화장실 문이 눈에 들어온다. 1층의 그많던 사람들이 이곳에는 왜 단 한사람도 없는지 그때까지는 인지조차 못했다. 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화장실 어느 칸을 향해 몸을 날린 뒤 어깨에 맨 배낭을 쨉싸게 내려놓고 볼일을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싸하다. 뭔가 나를 둘러싼 묘한 공기와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급하게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주위 환경이 점차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내가 들어선 칸은 따로 문이 달리지 않은 말 그대로 변기만 덩그러니 있는 칸이다. 프라이버시라고는 단 한 조각도 보장해 주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어둑한 조명 아래로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눈동자와 검붉은 입술들만 보인다. 약 십여 명의 흑인들이 사방에서 내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쉬고 잠자는 홈리스(Homeless)들이었다. 당연히 화장실은 그들의 휴식처이자 집이었던 것이다. 나도 놀랐지만 이들도 너무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다. 동양에서 온 아주 작은 친구가 갑자기 자신들의 고요한 휴식의 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온의 땅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큰 소리를 내면서 볼일을 보고 있는 장면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볼일을 다 본 후에는 정말 무서운 살기를 느끼면서 어떻게 뒤처리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화장실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도망쳤다.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웃음과 함께 어둠 속의 공포가 함께 찾아온다. 그 순간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공중화장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확실히 이해했다. 미국인 대부분은 공중화장실을 절대 안 간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을 비롯해서 외국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위험한 장소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똑같다. 특히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공중화장실은 절대,절대 혼자 가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공중화장실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첫째, 현재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중 사람 왕래 및 이용이 적은 화장실은 폐쇄하고 그곳에 들어가는 관리비를 절약해서 대체 서비스에 투입해야 한다. 둘째, 이제부터 쾌적한 공중화장실 만들기에 자원을 투입했다면, 지금부터는 ‘안전한 공중화장실’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외관 치장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부터는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안전한 공공시설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CCTV 설치는 물론이고, 밝은 조명시설 그리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경찰을 호출할 수 있는 비상시설물 등 갖추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만일 여러분이 피치 못해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면, 항상 두 명 이상이 이용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이고, 혼자라면 참기 바란다. 안전해 보이는 공중화장실, 사람들이 근처에 있어서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찾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 절대로 공중화장실을 혼자 이용해선 안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