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대부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라고 하여 더욱 유명해진 디자인 업계의 대부, 디자인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의 대부, 디터람스가 이야기 하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20여년 전부터 선진국 비즈니스 투어인 ‘머니 트렌드 투어’를 직접 개발,시행하면서 부러웠던 매장이 바로 애플의 리테일 매장이었던 경험도 있다. 기존 핸드폰을 판매하는 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오프라인 애플 매장을 보면서 누가 이런 디자인과 기획을 했을까 궁금했다. 여기에 애플 제품의 디자인은 왜 이리 심플하고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을까 궁금했다.

그런 나의 모든 궁금증은 애플에 대해 연구를 하면 할수록 하나씩 비밀의 꺼풀이 벗겨지게 된다. 첫 번째,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은 호텔 ‘포시즌즈’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종업계가 아닌 이종업계인 호텔업에서 휴대폰 판매점의 매장 철학과 디자인을 가져왔다는 사실에 감탄을 했다. 두 번째, 그렇다면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알게 된다. 바로 미니멀리즘 가전제품의 대명사인 독일 브라운 가전회사의 대표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를 통해 영감을 받고, 벤치마킹했다는 팩트를 말이다. 즉, 애플의 대표 제품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의 벤치마킹 인물이 바로 ‘디터 람스’라는 브라운 가전제품 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통해 애플 제품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애플 제품과 매장 디자인의 원조인 ‘디터 람스(Dieter Rams)’라는 분의 생애를 조금 들여다보자. 그는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났다. 목수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1955년 독일 전기 제품 회사인 Braun에 입사한 이후, 40년 동안 디자인 책임자로서 500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감독했다. 그는 환경 친화적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최초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디자인은 환경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유지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비초에(VITSOE)’라는 영국의 가구 디자인을 자문도 해 준다. 은퇴한 지금도 ‘비초에’ 가구 디자인의 자문을 맡아 영국을 자주 방문한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낭비 시대의 종식"을 촉구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면 한정된 자원을 가진 행성에서 어떻게 계속 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외친다.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10원칙은 7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잡함 속에서 ‘나의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인가?’에 대한 고찰로서 시작된다.  

Dieter Rams’ 10 Principles of Good Design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10원칙 

1.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의 말에서 '혁신'은 결코 빠지지 않는 단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나은 혁신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2.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제품의 효용성을 최적화 하는 것. 그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useful'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3.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미적인 부분이 유용성에 반영돼야 한다. 잘 만들어진 제품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는 논리. 디터 람스가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차별되는 결정적 이유.

4.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 가능하게 한다. 브라운 가전사 제품이 설명서가 필요하지 않듯, 애플의 제품도 그러하다. 제품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드러내야 한다고 믿기 때문.

5.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요란하게 거슬리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장식적이지 않다.

예컨대 그가 만든 라디오 중에는 안 쓸 때 뚜껑을 닫으면 금속 상자처럼 보이는 게 있다. 어느 곳에 둬도 어울릴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6.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과시적인 작업은 하지 마라.

7.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영속적이다.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수명이 오래가도록 촉구한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환경을 생각한다는 부분과 다시 연결된다.

8.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어떤 요소도 애매하거나 우연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언제나 디테일을 사랑했다. 디테일이 품질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9.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에도 기여하며,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10.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된다. 핵심에만 집중하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Less but better(적지만 더 낫게)'가 지론이다. 좋은 디자인은 질리지 않고 오래가야 하는데, 사는 공간은 계속 바뀐다. 공간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오래가려면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디터 람스’라는 디자인 거장의 일생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도 한국만의 단순미를 살린 디자이너가 많이 배출되기를 희망해 본다. 나아가 한국의 스마트폰이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애플폰을 훨씬 능가하는 제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