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는 미국을 대표하는 홈퍼니싱 업체다. 집안 용품만을 팔기 위해 1970년대 창업한 이 회사는 백화점이 ‘의류’에 집중하면서 성장기를 맞았다.  다양한 상품, 독특한 진열, 현장 매니저에게 부여된 전권 등 강점도 많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9년 침체기를 맞자 그간의 전통을 부수고 혁신을 도입했고, 재기에 성공했다. 김영호의 핫스팟 네번째 이야기 베드, 배스 앤 비욘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이다. 당연히 집에서 더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려는 소비자들도 부쩍 늘었다. 집을 단장하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23년엔 1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서인지 해외 홈퍼니싱 브랜드들도 속속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예컨대, 현대백화점은 미국 홈퍼니싱 브랜드인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를, 삼성물산은 스웨덴 홈퍼니싱 브랜드인 그라니트(GRANIT)를 각각 수입했다. 



해외 홈퍼니싱 브랜드 중 필자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 th & Beyond·미국)’다. 처음엔 낯설지 모르지만 브랜드의 앞자리 글자를 ‘B’로 맞췄기 때문인지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1971년 워런 아이젠버그(Warren Eisenberg)와 레오나드 페인스타인(Leonard Feinstein)이 창업했고, 1992년 미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두 창업자는 1970년대 초반 ‘앞으로 집안용품만 취급하는 전문상점이 필요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회사를 세웠다. 출범 당시 이름은 ‘베드 앤 배스(Bed N Bath)’, 운영 지역은 뉴욕과 뉴저지 중심이었다. 처음엔 작은 매장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중반 기회를 맞았다. 평당 효율을 높이려던 백화점들이 의류제품에 초점을 맞춘 반면 집안용품은 취급하지 않으면서다. 게다가 베이비 부머들이 집에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집안을 꾸미는 붐이 일자 베드 앤 배스는 가파른 성장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베드 앤 배스는 침실·욕실제품에서부터 주방 용품·사진틀과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함께 취급했고, 지금처럼 대형 매장 형식으로 점포를 탈바꿈했다. 매장 이름이 ‘베드, 배스 앤 비욘드’가 된 것도 이때다. 



자, 지금부턴 베드, 배스 앤 비욘드만의 독특한 영업전략 3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놀랄 만큼 다양한 브랜드가 정갈하게 진열돼 있다. 침실·욕실 제품들이 색상별·분위기별·브랜드별·가격대별로 제공될 정도다. 여기에 디너용 접시세트, 유리잔부터 행주에 이르기까지 주방용품이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둘째, 가격이 저렴하다.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월마트처럼 ‘Every-day Low Price’ 전략을 취하고 있다. 낮은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텔레비전이나 잡지 광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소비자의 입소문과 카탈로그·쿠폰에만 의존한다. 

이런 정책이 가능한 건 ‘제품’에 자신감이 있어서다.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홈퍼니싱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자체 PB 제품도 개발한다. 

셋째, 모든 의사결정권이 매장 매니저에게 있다. 이를 통해 매니저들은 지역에 맞는 상품을 진열해 매출 증대를 극대화한다. 의사결정을 ‘중앙’에서 하는 다른 홈퍼니싱 업체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하지만 베드, 배스 앤 비욘드 역시 침체기를 겪었다. 특히 2019년엔 최악의 한해를 기록했다. 창업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그 결과 CEO가 교체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네가지 경영전략을 택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쿠폰 발행을 줄였다. 광고 대신 쿠폰에 의존했던 게 ‘발행비용’만 늘려놨다는 반성에서였다. 둘째, 스타벅스 등 글로벌 체인들이 채택한 도로변 픽업 서비스(curb side pick up)를 채택했다.

셋째, 코로나19 이후 집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소비자를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보강했다. 넷째, 진열 전략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진열(floor to ceiling display) 전략을 수정해 통로를 넓히고 계산대 동선을 개선했다. 아울러 고객이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 진열을 꾀했다. 



어떤 업체든 부침을 겪고, 그 부침을 이겨내야 성장이 가능하다. 부진의 늪에 빠졌던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오랜 전통을 신속하면서도 다양하게 바꿔나갔다. 이 과감한 전략은 침체기를 빠져나오는 발판이 됐다. 베드, 배스 앤 비욘드의 이런 전략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소상점 사장님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진열 방식’만 바꿔도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