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10번째,

10. 담배공장의 화려한 변신은 무죄, 송산문창원구  

대만 타이베이는 벼르고 벼루다 간 도시. 중국 본토와 같은 중국인이 사는 도시이지만 중국 본토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난 그곳에서 선진국 선진도시에서 느꼈던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또 한번 배우게 된다. ‘도시재생은 이렇게 하는구나’를 배운 곳, 과거를 미래로 끌어 오는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를 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10번째 장소로 선택한다. 

‘같은 중국인들이 사는 곳인데,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맨 처음 타이베이를 가면서 가졌던 선입견이다. 그런데 내가 보고 느낀 타이베이는 선진국, 선진도시 수준에 버금가는 질서의식과 도시의 정결함 그리고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라는 결론에 이르게 만들어 주었다. 타이베이에는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근린공원들이 꽤 많이 있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품은 채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그 중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장소로 가장 먼저 달려간다.

오늘날 타이베이 시민들의 쉼터로 혹은 중고등학생들의 창의관련 수업이 진행되는 ‘송산창의원구’다.  타이베이 5번 메트로 ‘국부기념관’역에서 하차하면 5분 정도 이내에 위치한 ‘송산창의원구’는 입구에 커다란 인공호수가 나를 반긴다. 인공호수와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건물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의 넓이가 약 2만평이라 하니 천천히 즐길 준비를 하고 건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전체 공간에 ‘ㅁ’로 세워진 건물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밀폐형 건축모양이다. 외부 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ㅁ’자형 건축물 형태를 이곳에서도 채택한 듯 보인다.

이곳은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담배공장이었다고 하니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어울려 보인다. 그렇다고 최신의 디자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물이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낡고 버려진 듯한 건물들이다. 하지만 이 버려진 듯한 건축물 안에는 숨겨진 보석들이 참 많아 보인다.

이제부터 건축물의 역사를 알아본다.

청일전쟁 승리로 자연스럽게 강점하게 된 일본은 대만 타이페이에 담배전매공장을 1937년 준공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송산담배공장’. 그 당시 담배공장 이외에 기숙사와 의료시설, 탁아소도 함께 건립하였다.

1945년 전쟁 후, 대만은 이곳을 그대로 담배공장으로 사용하다가, 2001년부터 시지정 유적지로 지정하게 된다. 단지를 디자인과 아이디어 산업의 기지로 향상시키는 작업을 약 10여년간 진행하게 되어 2011년 11월, 정식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이곳에는 타이완디자인박물관, 디자인센터 등이 들어섰다.

2만 여평에 달하는 커다란 담배공장이었던 공간이 창작의 허브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다. 인간에게 해로운 담배를 만들어 내던 공간이 디자인 등 창의력과 창조력이 탄생하는 이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김영호의 핫스팟 8번째 사례인 일본 요코하마 ‘아카렌가소고’에서 보았듯이 국가 혹은 지자체가 기존 역사적 유물 혹은 장소를 ‘현대화’라는 미명아래 뭉개버린 것이 아니고 과거를 미래로 가져오는 뉴레트로, 융복합화 전략을 채택했다는 공통점을 우리는 부러워만 해야 할까!

이곳은 얼핏 보면 을씨년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옛 모습 그대로인 'ㅁ'자 건물의 복도로 구성된 건물의 1층이 우리네 중고등학교 교실의 복도와거의 흡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특별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작업이 거의 없다고 보면 맞다.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긴 통로(복도)에 있는 많은 방들이 디자인과 예술 관련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내부 전시 공간에서 레드닷 전시전 iF타이완디자인전 등이 열리기도 하고, 수시로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많다. 최근에는 VR을 이용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는 공간이 있어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동시에 디자인과 예술 관련 기관들 사무실도 눈에 띈다.

그 중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송얀갤러리(Song Yan Gallery)’다. 이곳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최근에 만든 창작물이 즐비하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고국 친구들에게 선물하기에 적당하다. 에코백, 다이어리,카드,봉투,목재데코레이션, 장식품 등 MZ세대가 좋아할만한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또한 복고풍의 카페가 함께 자리하고 있어 잠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기 너무 좋다. 이곳에는 건물이 여러 개가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이 공간 중에 가장 현대적인 건물인 타이베이 뉴호라이즌 1층에는 대만에서 가장 큰 서점인 ‘성품서점(誠品書店)’이 가볼만 하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츠타야’서점과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책은 물론 잡지류와 디자인소품류, 의류,간식류까지 정말 다양한 상품을 전시,판매 중이다. 더불어 공방과 가죽공예,서예, 쥬얼리 제작 체험 등이 가능한 공간까지 보유해서 그런지 젊은 소비자들이 참 많다. 우리가 알던 책만 파는 서점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 ‘송산문창원구’는 단순히 복합문화공간이라기 보다는 더 깊은 뜻이 숨어져 있어 보인다. 후손들에게 창의력을 스스로 창조해 내어 장차 국가의 동량으로 커 나가달라는 국가의 부탁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을 단순히 우리나라 서울의 DDP와 비교하는 것은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오로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초현대식 건축공간이라면, 대만은 창의력에 초점을 맞추어 과거를 품은 미래지향형 공간이라는 것이 달라 보여 일면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타이베이는 '도시재생', ‘복합문화공간’, '업사이클링'이 일상화된 도시인 듯 싶다. 이곳 ‘송산문창원구’ 이외에 시내 중심부에 있는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華山1914文化創意産業園區)와 시먼홍러우 (西門紅樓)가 포진하고 있어 젊은 MZ세대가 수시로 방문해서 자신만의 창의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 본토와 달라도 한참 다른 도시임에 틀림없다.  

홈페이지：http://www.songshanculturalpar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