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21년 12월 29일  

유통업계에서 ‘복합’ 쇼핑몰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쇼핑과 함께 문화생활과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테마형 복합 쇼핑몰이 도시 곳곳에 가득할 정도다. 이 때문인지 최근엔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하는 쇼핑몰도 등장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필자가 일본 최초 육류 테마 복합 푸드몰 ‘도쿄 미트레아’의 변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소비자는 왜 쇼핑을 하는가. 유통업 종사자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난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자는 제품을 사러 매장에 가는 게 아니다. ‘공간’에서 ‘체험’을 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



소비자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먹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에 자리 잡았음에도 늘 색다른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복합 쇼핑몰이 유통업계의 ‘메가트렌드’가 된 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2012년 「머니 트렌드 인 도쿄」라는 책을 통해 복합 육류 푸드몰(Food mall) ‘도쿄 미트레아(이하 미트레아)’를 소개한 적이 있다. 2009년 12월 개점한 쇼핑몰 ‘프렌테 미나미오사와’ 신관 5층에 들어선 미트레아는 일본 최초의 ‘육류’ 테마 음식점이다. 국내로 치면 서울 영등포역 롯데백화점에 고기를 소재로 한 복합 푸드몰이 생긴 거다. 미트레아는 고기 요리를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미트레아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필자가 처음 미트레아를 조명했던 2012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당시 미트레아엔 대기줄이 끊이지 않을 만큼 인기 있는 식당이나 도쿄에 처음으로 지점을 낸 지역식당 등 7개의 고기 전문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다.



미트레아의 구조는 이렇다. 푸드코트 형태의 매장 중앙에는 100명 이상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식탁이 놓여 있고, 이를 7개 음식점이 둘러싸고 있다. 음식점 7개는 ▲소고기 교자·면 전문점 ▲돼지고기 전문점 ▲닭고기 전문점 ▲소고기 전문점 ▲구운 닭고기 전문점 ▲15종의 양념을 가미한 소고기 전문점 ▲양념 돼지고기 전문점 등으로 구성됐다. 각양각색의 고기 전문점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미트레아만의 독특한 점은 또 있다. 미트레아의 입구는 마치 도서관처럼 꾸며진 긴 복도인데, 양 벽면에는 음식점 또는 고기에 관한 정보가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다. 소비자는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즐길거리를 마주하게 된다. 



미트레아는 고기를 종류별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넉넉한 양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았다. 미트레아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고기 종류와 조리 방식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소비자 중심’의 경영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미트레아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음식을 맛보고, 미트레아는 가족·연인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에게 대응할 수 있다.[※참고: 2021년 현재 미트레아 내 음식점은 7개에서 6개(▲고기구이 전문점 ▲라멘 전문점 ▲스테이크·그릴 전문점 ▲햄버그스테이크 전문점 ▲인도요리 전문점)로 줄었다. 식당 구성도 고기 중심에서 라멘·햄버그스테이크처럼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메뉴를 파는 등 새롭게 바뀌었다.]



이처럼 미트레아는 고기 전문 음식점을 한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곳이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육류 전문 테마파크’란 개념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건데,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았으니 결과적으론 성공한 셈이다. 



미트레아는 복합몰이 성공하기 위해 ‘테마’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전철역(미나미오사와南大沢역) 주변이라는 지리적 장점 덕에 높은 접근성과 집객요소를 갖추긴 했지만, 한가지 테마 안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줬다는 점에서 좋은 비즈니스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생긴 지 10년이 넘은 미트레아가 보완할 점도 있다. 첫째는 ‘음악’이다. 필자는 ‘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❶(더스쿠프 통권 429호)’을 통해 미국의 편집형 복합 푸드몰(Food mall) ‘패킹하우스(Packing House)’를 소개한 적 있다. 패킹하우스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모아 제공하는 푸드코트 형태인데, 이곳에선 라이브 공연을 통해 소비자의 입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게 만든다. 소비자의 감각을 다양하게 충족해 주는 거다. 



둘째는 Z세대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NS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주요 고객이 될 Z세대를 모을 수 있도록 SNS 중심의 ‘입소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셋째는 대체육을 판매하는 푸드테크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환경보호 움직임이 커지는 만큼 미트레아도 지구를 지키는 일에 앞장선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내 곳곳에도 다양한 형태의 테마형 복합몰이 탄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트레아와 같은 복합몰이 유통가의 주요 트렌드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갈 길을 잃은 자영업자라면 이 트렌드에 주목하는 건 어떨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