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매일같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야채류 등 식품물가의 고공행진, 돈 10만원을 들고 대형마트에 갔다 오더라도 시장 볼 것이 없다고 푸념을 하는 대한민국 주부들, 하지만 이런 힘든 소비경제에 숨통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안으로 대형마트, 편의점은 자체 개발한 PB브랜드(PL상품) 시장을 제안했습니다. 과연 이 PB시장의 확대는 소비자에게 마냥 긍정적일까요?

지난 2부에서는 미국 유명업체들의 PB개발전략 상황을 보았는데요, 오늘은 유통선진국인 일본의 PB브랜드 시장 현황과 국내 현황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합니다.

일본의 PB상품 개발사례

<1>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은 PB상품의 가격대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내셔널 브랜드(NB) 상품의 절반 가격인 PB 품목 수를 2.7배로 늘리고 식재료를 엄선해서 만드는 PB상품군도 계속 확충한다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철저하게 저가를 고집하거나 혹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통해 PB상품의 특징을 강력하게 소구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번부터는 일반적으로 어떤 점포에서나 가격이 일률적인 PB상품 가격을 점포별 판단에 따라 가격의 변경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경쟁점포의 동향을 보면서 가격을 인하하여 집객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시장가격보다 조금 비싼 가격대의 고가 브랜드전략을 통해 ‘톱밸류 셀렉트’시리즈를 늘릴 예정입니다.

<2> ‘세븐&아이 홀딩스’는 냉동식품의 PB상품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냉장식품만 있었던 전략을 수정하여 높은 가격대의 ‘세븐 골드’라는 냉동식품 품목을 발매했습니다. 일반 가격대인 ‘세븐프리미엄’은 요리의 수고를 줄일 수 있는 믹스 베지터블 등을 투입, 가정의 반찬 수요를 개척하게 되었죠. ‘세븐 골드’의 신상품은 전국의 세븐일레븐 재팬 점포를 중심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3> ‘이토요카도’는 일본 국내에서 제조한 상품을 두루 갖춘 PB상품 전략인 ‘Made in JAPAN’ 전략 전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의류 관련 상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지만, 보다 다양한 사이즈의 상품을 갖추어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합니다. 공동 로고로 매장에 변화도 줍니다. 일부 상품은 오더메이드 주문을 받는 등 지금까지는 없었던 시도로 고객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중국 등 해외생산 제품과 비교하면 이 매장의 브랜드 상품 평균보다 30% 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고 호평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일본 업체들의 PB제품 개발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이처럼 업체들이 PB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에서죠. 기존 제품은 마케팅과 유통단계별 비용이 들어가지만 PB 제품은 이런 군더더기를 덜어내 남는 게 그만큼 많습니다. 당연히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죠.

지금까지 유통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전개되고 있는 PB 2.0 전략을 간략하게 점검해 보았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고급화와 건강중심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됩니다. 점점 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한 고급화,개인화 전략이 PB개발 전략에도 적용되는 것이죠.  

이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B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산물이었던 것이 이제는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까지 PB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PB시장의 문을 가장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대표 업체는 ‘쿠팡’입니다. 쿠팡은 2020년 7월 PB 사업부문을 분할해 별도의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설립했습니다. 2020년 9월 현재 쿠팡의 PB브랜드는 16개, 제품 수는 1700여개에 이릅니다.

그리고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도 PB브랜드 ‘컬리스’라는 프리미엄 PB를 지향하면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2020년 2월 처음 출시된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는 국내 10여개뿐인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도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2015년에 론칭했습니다. 무신사 내부에 무신사 스탠다드의 기획·제조를 담당하는 별도의 팀을 갖췄습니다. 무신사 측에 의하면 국내 대표 SPA 브랜드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라고 합니다.

PB시장을 노리는 업체 중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도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상에서 신선식품·가공식품 등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B마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2020년 6월부터 B마트 PB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0.7공깃밥’ ‘네쪽식빵’ ‘손바닥 케익’ 등 10여종이죠. 배달앱 주요 이용자인 1~2인 가구에 특화한 PB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향후 생활용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PB사업에 뛰어들며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죠. 주목할 점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더 이상 ‘유통’에만 머물지 않고, 제조분야까지 넘보겠다는 의지입니다.

지난 시간에 잠깐 이야기 했지만, 미국 아마존 PB사례에서 보듯이 아마존이 PB브랜드를 확대하자 기존 제조사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는 점 그리고 아마존이 자신들의 PB제품을 사이트 상단에 노출하면 기존 NB제품이 힘을 쓸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 전략’입니다.

최종적으로 제조사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역할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유통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되면 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는 ‘비슷비슷한 제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중소 제조업체가 주로 만들던 PB제품에 메이저 제조사가 뛰어들면서 이들 중소업체의 시장경쟁력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는 형국이 된다는 점입니다.

이제 정리합니다.

국내 PB 2.0 세상이 되려면 저가격에 초점을 맞춘 PB 개발전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상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유통대기업과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PB시장 진입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PB개발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나오는 PB제품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생활용품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차별화된 제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한 셈입니다. 진정 유통업체가 고객을 위해 PB상품을 제대로 개발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개발된 출시 완료된 공산품만을 개발하지 말고, 새롭게 상품개발 전략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품의 개념과 서비스 개념이 복합화된 새로운 컨버젼스 상품을 말이죠. 그것만이 자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개발 리스크, 판매 리스크를 만만한 중소 제조업체에 떠넘기지 말고, 대형 유통업체의 바이어는 자신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상품 기획에 전념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