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커피숍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지? 전국에 산재한 카페의 수는 2018년 1월 현재, 77,211개로 전체 업소 수 대비 2.3%, 전체 음식점 대비 9.2%가 카페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카페사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이 좋을까? 커피만 파는 단독점이냐 아니면 이것저것 다 파는 복합커피점일까? 

우리는 카페를 정말 많이 애용한다. 사람마다 즐겨 찾는 브랜드 카페를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카페마다 케이크를 함께 팔기 때문에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 케이크 등을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이와 동시에 년말이면 유명 브랜드 카페들은 너나 할 것없이 년말 다이어리를 출시한다. 그것도 모자라 년중에도 자신들만의 기프트를 만들어 덕후 소비자의 소비를 자극 시킨다. 그래서 머그잔, 텀블러, 간이의자 등의 굿즈 상품을 계속 개발 중에 있다. 그 덕분에 전체 매출에 굿즈 매출이 약 1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커피만 파는 일반 카페 비즈니스와 이것저것 다 파는 복합카페 비즈니스 중에 어느 사업모델이 승자가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김영호의 핫스팟 5번째 소개하는 ‘치보(Tchibo)’카페는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1,000개 이상의 스토어를 둔 독일에서 가장 큰 소매 체인점이다. 1949년, 무역업자인 막스 허츠(Max Herz)와 칼 칠링히르얀(Carl Tchilinghiryan), 두 사람이 공동설립한 회사다. 초기에는 단순히 로스팅한 커피콩을 손수건 재질의 파우치에 담아 개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우편 통신판매로 시작했던 사업이던 것이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내가 이 회사를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원두커피만을 팔던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 평 될까 말까 한 규모로 사업을 시작한 독일의 원두커피 전문점 ‘치보’. 이 회사는 1955년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한 평짜리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해외에도 진출하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아직 스토어 형태로 진출하지 않는 브랜드지만 현재 미국, 캐나다,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 헝가리,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폴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레바논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지 커피머신과 봉지커피만을 위탁판매 중에 있다. 현재 전 세계에 11,450명의 직원이 있으며, 2019년에는 36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렇다면 치보가 이토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체인점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출점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우 한 평 남짓한 크기의 소규모로 체인점에 직원 한두 명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자본 창업자가 많이 몰렸다. 취보에서 판매하는 커피 종류는 30여 가지 원두커피.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는 대부분 갖춘 셈이다. 커피 가격이 비록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맛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다. 소비자들은 원두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이 원두를 획일적인 봉투에 넣어 판매하지 않고 그램 단위로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두번째, 치보가 또 유명한 이유는 태생이 커피 전문점이면서 커피만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카페의 특징은 매주 다양한 비커피 상품을 함께 파는 스토어로 유명하다. 비커피 제품으로는 의류, 가구, 생활용품, 전자제품 및 전기기기를 포함한다. 이외에도 새로운 서비스 상품인 여행, 보험, 휴대전화 계약 등의 상품까지 판매하는 그야말로 유형,무형의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일반 커피만을 판매하는 카페 비즈니스가 아닌 복합 카페점을 운영 중인 이 회사의 슬로건-매주 새로운 세계(Every week a new world)-또한 재미있다. 그래서 ‘치보아울렛’은 치보 PB상품의 집합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맛있는 커피를 파는 ‘다이소’라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그야말로 커피를 빌미로 팔 수 있는 제품은 모두 판매한다. 카탈로그와 모바일 주문도 가능토록 시스템을 갖췄다.

이처럼 커피 전문점으로 출발한 취보는 다양한 마케팅을 꾸준히 선보이며 단골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더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는 요즘 화두인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사람들과 지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윤리적 헌신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지구와 커피를 재배하는 토양보호 그리고 재배 농민을 위한 배려정책 등이 눈에 띈다. 이런 활동의 결과 기업 윤리 및 환경 물류상, 유럽연합의 CSR상 등 지속 가능한 공정거래 관행으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있다. 프렌차이지 사업의 유력한 사업중의 하나인 커피사업이 차별화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위 사례와 같은 복합매장화는 자칫 잘못하면 본질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더 큰 마켓 리더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커피숍을 여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비즈니스임에는 틀림없다.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매장 시설비를 최대한 줄이고 커피의 맛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더불어 오시는 고정고객에게 새로움을 더 해 드리기 위해 매월 혹은 매주 새로운 테마숍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일반 카페전문점과 복합카페매장, 둘 중 어느 업태가 승리할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꼭 커피숍이 아니라도 좋다. 기존 숍을 운영하고 있는 골목상권 경영자께서는 본인이 운영 중인 업종과 상관이 없더라도 상품궁합이 맞는 상품이 있으면 함께 어울리도록 머천다이징을 해 보시길 바란다. 대기업이 절대로 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이런 영역이기 때문이다.  

https://tchibo.us/  

https://www.tchib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