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 회원가입   

히트상품 키워드 · 역발상 · 안전 · 디자인 … 아줌마 사로잡아야 성공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신기한 상품을 자주 본다. 특히 이런 상품을 우리나라로 수입하면 히트할 것 같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 나갔다가 눈여겨본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대박’을 낸 사례는 많다. 거꾸로 히트를 예상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수입한 상품이 악성재고가 되어 회사문을 닫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히트상품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상품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평생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벌게 된다. 반면 분명히 히트칠 거라 예상한 상품이 실패하는 일도 있다. 왜 그럴까?

삼성경제연구소의 ‘CEO Information’에 따르면 최근 히트하는 제품들의 특성에 대한 내용과 이웃 일본에서 히트한 상품의 키워드를 뽑아 보면 어느 정도 히트상품의 윤곽이 나온다고 한다. 이는 많은 부분에서 필자의 생각과 일치한다. 최근에 히트한 상품의 특성을 분석해 보면, 고도의 복합성과 단순함으로 뚜렷하게 양극화되고 있다. 또 히트상품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고기능 제품과 단순 저가 제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중간한 포지셔닝(자리매김)을 시도하는 제품은 점차 눈길을 끌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구현하거나 꼭 필요한 기능만 넣어야만 한다.

여기서 ‘단순함’이란 ‘기능 축소’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최대한 강화, 편의성을 키운다는 의미다. 고객의 성별·연령·국적 등과 상관없이 쓰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과 기능이 각광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복잡화든 단순화든 기업들은 무엇보다 고객의 관점에서 사용 편의성에 제품 개발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제조업체 사장의 취향대로 만들거나 해외에서 히트한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신제품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할 확률이 줄어든다. 대신 기존에 히트한 상품 중에서 무엇 때문에 성장한계가 있었는지 원인을 분석한 후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을 때 리바이벌에 성공할 수 있다.

닛케이유통신문(MJ)이 발표한 2006년 일본 상반기 히트 상품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역발상’이다. 실제 과연 이런 상품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 만한 상품과 서비스가 성공한 사례는 많다. ‘초콜릿은 달다’는 관념을 뒤집은 ‘맛이 쓴 초콜릿’이 대표적 사례.  

메이지(明治)제과는 ‘초콜릿 효과’란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초콜릿에 들어가는 성분인 카카오 함유 비율을 72%, 80%, 86%, 99%로 각각 차이를 뒀다. 그리고 99% 함유된 초콜릿의 표지에는 ‘대단히 쓴 초콜릿입니다’라는 경고문을 달았다. 쓴 초콜릿에 대한 소비자들의 도전 심리를 자극한 이 초콜릿의 매출은 당초 판매목표량을 훨씬 웃돌았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NTT도코모는 위성항법장치(GPS)기능을 탑재해 부모가 자신의 휴대전화나 PC로 자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린이용 휴대전화인 ‘키즈 휴대전화 SA800i’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휴대전화에 달려 있는 끈을 당기면 방범벨이 울리고 자동으로 사전에 등록된 집 전화나 부모의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또 제3자가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면 즉시 부모의 휴대전화나 메일로 연락이 간다. 어린이에 대한 흉악범죄가 늘어나면서 이 상품은 시판 2개월 만에 12만대가 팔려나갔다. 이 제품은 어린이용으로 개발됐지만, 여성용으로 판매되어도 충분히 진가를 발휘할 만하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미드(미국 드라마)’ 속 매력적인 주인공을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완소녀(완전 소중한 여자)’라고 부른다.

완소상품은 호기심에서부터 시작

만약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을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면, ‘완소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매력 있고 재치 있는 상품으로 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 완소상품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를 먼저 이해함으로써 탄생한다. “중동에서는 왜 냉장고에 열쇠를 달까?” 혹은 “‘와인보관용 김치냉장고’, ‘리모컨 달린 비데’는 어느 나라에서 팔릴까?” 등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일렉은 더운 중동지역에서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물쇠를 부착한 냉장고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현지에서 인기만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가전제품을 생활습관에 맞게 바꾸어 수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 ‘딤채’는 북미 지역에서는 와인냉장고로 팔리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발효과학 기술과 온도제어 기술을 와인 보관에 적용한 것이다.

웅진코웨이의 ‘언더 싱크’(under sink)형 정수기는 붙박이(빌트인)형 가전제품이 널리 사용되는 북미시장을 겨냥한 전략상품이다. 이 제품은 싱크대 밑에 정수기를 달아 수도꼭지에서 정수된 물을 바로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물 저장탱크가 필요 없다.

노비타는 비데 보급률이 50%가 넘는 비데의 본고장 일본에 리모컨이 장착된 전략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비데는 손만 뻗으면 바로 스위치가 닿기 때문에 리모컨이 별로 필요 없는 제품. 하지만 대부분 가전제품을 리모컨으로 사용하는 일본인의 생활습관을 감안해 리모컨을 장착한 비데를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정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인도에서 아이스팩 냉장고를 판매한다. 전원공급이 일시 중단되더라도 냉동실내의 아이스팩이 일정 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해주는 냉장고이다. 이처럼 그 나라의 혹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했을 때 비로소 히트상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히트상품의 원천이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 파워’다. 아줌마들은 단순한 조언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상품 개발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실제 주부들이 낸 아이디어가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줌마가 만든 바퀴벌레 살충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존슨이 자체 개발한 붙이는 바퀴벌레 살충제 ‘레이드 골드’는 올해의 최우수 개발품으로 선정되어 미국 본사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까만 동그라미 형태였던 기존 살충제와 달리 이 살충제는 부채꼴과 스틱, 두 가지 형태로 제작됐다. 둥그런 코너나 좁은 틈새에도 잘 붙일 수 있도록 모양을 바꾼 것이다. 최근의 가구 인테리어 경향을 고려해 색깔도 연한 금색으로 했다.

독일계 주방용품 업체인 휘슬러는 2년 전 독일 공장에 아예 한국 소비자를 위한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이 회사 압력솥 제품의 크기를 줄여 달라는 한국 주부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분당점은 매장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했다. 가구·욕실용품·수예품 등 분야별로 나뉘어 판매되던 생활용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할 수 있도록 고치고 있다. ‘홈퍼니싱’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런 매장은 2005년 죽전점에 처음 등장했다. 이어 분당점도 홈퍼니싱 매장으로 변신했다. 바로 지역 주부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 내 ‘쿠킹 스튜디오’. 6평 규모인 쿠킹 스튜디오는 2년 전에는 와인 매장이었다. 당시 주부들에게 매장에서 개선될 점을 물어본 결과 ‘요리강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개조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 6층에 ‘프린스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곳은 남성 고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TV와 컴퓨터에 안락의자, 구두살균소독기 등을 갖춘 15평 정도의 공간이다. 간판은 남성을 위한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주부를 위한 시설이다. 함께 쇼핑할 때 짜증내는 남편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주부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김영호 타이거마케팅 대표·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