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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상인'은 과연 몇%까지 정직해야 하는가

옛날 중국 초나라에 방패와 창을 같이 파는 상인이 나온다. 그는 창을 들고 외친다. “자! 이 창은 그 어떤 방패라도 단숨에 뚫을 수 있습니다” 그는 곧이어 방패를 들고서는 “자! 이 방패는 그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앞뒤가 다르니 최소한 둘 중에 하나는 거짓말인 셈이다. 창과 방패를 다 팔아야 하는 상인 처지에서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해야 하지만 물건을 사야 하는 사람은 알고도 속아야하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상인은 하루에도 열두번이 넘도록 고객, 거래선, 지역사회 등과 약속을 한다. 이 약속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느 상인은 말한다. “이거 밑지고 파는 거여” 또 어떤 상인은 말한다. “우린 정직한 백화점입니다”라고. 그러나 이제 그 말을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없다. 버터를 바른 것처럼 능수능란한 화술로 단숨에 상대방을 설득한다고 과연 일류상인일까?

요즘 윤리경영이 화두이다. 윤리란 옳고 그름을 구분해 주는 도덕적 지침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기업윤리와 직업윤리가 그것이다. 기업윤리는 사업을 할 때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한편 직업윤리는 직업과 관련해서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윤리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를 위해서는 최선이지만 도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그릇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직업윤리나 개인윤리가 기업윤리와 부딪칠 경우도 종종 있다. 회사 관점에서 보면 회사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직업윤리나 개인윤리도 지켜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기업체 간 혹은 공무원들 간의 비즈니스에서 어떤 선물도 주지도 받지도 않는 윤리경영이 시행되고 있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 언론에서 절대 다루어지지 않는 상당수의 사람은 정직하게 사업을 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왜 윤리경영이 화두인가? 여기저기서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다. 마치 몇년전에 ‘고객만족’을 최대의 화두로 떠들던 그 회사들이 말이다. 왜 그들은 윤리경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거대 그룹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것을 지켜봤다. 어찌 보면 그룹기업이 망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조그만 틈새로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강철 같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기업이라면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그냥 저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문제라도 디지털 시대에서는 용서하기 어려워졌다. 나쁜 것일수록 확산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최근 일부 교수들의 학력 위조 그리고 대중 스타들의 학력위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켜봤다. 많은 기업이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아침에 몰락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편법 경영’ 일삼은 일본 세이부 그룹의 몰락

세이부 백화점, 세이부(西武)철도, 프린스호텔,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비롯한 135개의 계열사, 3만명의 사원, 자산 약 17조원(1990년 당시)으로 세계 최고의 갑부 대열에 오른 화려한 일본 ‘세이부 왕국의 보스’가 피의자 신분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구속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 5월말이다. 한 간부의 말이 발단이 된다. 즉, 몇 년 후면 주식이 현재의 종이주식에서 전자주식으로 바뀌고, 이때 실명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명의로 위장해 놓은 주식이 발각되고 세이부철도가 상장 폐지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식(株式)의 전자화’라는 제도 변경이 계기였다. 세이브 그룹의 회장은 일단 증권거래소에 허위보고를 지시한 후, 점점 위장지분 조사가 심해지자 이번에는 아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당사자는 일단 지분을 줄이고 사과하면 일이 해결되리라 판단했지만 오산이었다. 도쿄 증권거래소 측은 수십년간 거래소와 일반 주주들을 속여온 세이부철도를 상장폐지하기로 한다. 세이부 주식 가치는 폭락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팔아치운 것은 기업 내부자가 자신의 기업정보로 주식을 매매, 이득을 얻는 ‘내부자 거래’에 해당했고 이 역시 범죄였다. 그렇다면 디지털 회사의 대부격인 인텔의 윤리경영의 한 단면인 윤리규정을 보자.

그들에게는 철저한 윤리규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뇌물과 리베이트, 선물 수수, 기업과 개인간 이해상충, 반독점, 주식거래, 정보관리, 대외접촉, 공급업체 준수사항 등이 나열되어 있다. 미국은 잘 알다시피 선물을 빈번히 주고받는 나라이다. 그렇지만 뇌물과 선물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선물한도로 25달러(한화 2만5천원)를 책정하고 이를 넘기지 못하도록 문서화했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실정으로 환산한다면 약 만원 수준으로 봐야 할 듯싶다. 만원짜리 선물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원 갖고 뭘 할 수 있을까? TV에 나오는 만원의 행복일까.)

또한 구체적인 금액을 알기 어려운 선물은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반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선기관에 기증하거나 회사 내에서 소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선물을 할 때는 더욱 조심하라’라는 규범도 있다. 주말이나 기념일에 배달된 선물은 부 회식때 나눠 먹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개인 프라이버시 관련 내용이다. 본인에게 사전 고지 없이는 아무리 직원이라도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다. 회사는 개인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철저히 업무 목적을 위해서만 가능하고, 목적이 완료되면 해당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가 아무리 직원이라 할지라도 사생활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화한 것이다.

2005년 삼성전자는 대내외에 삼성전자 윤리강령을 천명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너무 피상적이다. 삼성맨의 기본책무는 ‘최고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하며, 삶의 질 향상을 선도한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내용이 너무 적고 구체적이지 못해 그야말로 삼성전자 회사의 기본적인 내용만 기재되어 있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텔처럼 구체적이면서 바로 실천하게 한 실천 강령이 부족한 것이 바로 차이점이다.

필자는 21세기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행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젠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사뭇 망설여진다.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만 간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에는 너무 많이 거꾸로 왔다.

요즘 신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 유명인사의 과거 학력 거짓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나온다. 그야말로 사회 각 분야에서 명문대학 출신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래서 전혀 거짓말을 하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다.

특히 해외 유학파로 속이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국내보다 사기 치기 쉬운 것이 해당 학교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대학의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도 가짜로 만들어 주는 인터넷사이트도 있다. 과연 어디가 끝일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모순’을 떠올린 것은 말 잘하고 거짓말 잘하는 상인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일류상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유통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다. 그러기 위해서 일류상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되씹어 봐야 하는 고민거리는 ‘일류상인은 과연 몇%까지 정직해야 하는가’이다.

김영호 타이거마케팅 대표·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