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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신경 쓰고 문화를 팔아라 … 시장통에서 물건 파는 ‘난장판 마케팅’

부동산 시장이 각종 규제로 불황의 늪에 빠졌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가 전국 곳곳에 개설한 점포 진격으로 국내 상가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일부 지하상가는 매출이 2년 전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상가 안으로 들어오는 유동객의 급격한 저하로 기본적인 매출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성공하는 외국 상가들도 있다. 과연 이들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법칙1> 문화를 팔아라

유명 상가는 독특한 디자인 설계가 생명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문을 연 오모테산도힐스는 6층 높이로 초대형 건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건물과 테마의 조화가 기존 상가와 는 너무나 상이해 많은 내국인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가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건물로 설계한 것. 상가건물은 공사기간 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외국의 유명 빵집과 귀금속 전문점 등 일본에 처음 진출하는 특색 있는 브랜드를 다수 유치하여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개점한 도쿄 쇼핑·주거·오피스 복합시설인 ‘미드타운’도 눈에 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전시장과 산토리 미술관을 배치, 문화시설을 통해 쇼핑객을 유치하였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서 쇼핑몰인지 미술관인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미드타운’은 영어·한국어·중국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외국 관광객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법칙2> 산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국내 상가 대부분은 쇼핑객들의 편의를 고려하기보다 분양 수익성을 우선시한다. 그러다 보니 상가 통로 대부분은 비좁고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성공하는 외국 쇼핑몰의 전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도쿄 오모테산도힐스는 넓은 램프(나선형 계단)로 쇼핑객들이 산책하듯이 전체 상점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하고 있다. 홍콩의 랭햄플레이스는 쇼핑객들이 꼭대기 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나선형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서 점포들을 둘러보도록 설계했다.

미국 LA에 있는 쇼핑센터 그로브는 주말이면 작은 연주회가 열린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연다. 쇼핑과 함께 놀고,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어바인에 있는 쇼핑몰 ‘스펙트럼’은 가족 모두를 위한 위락 시설과 쇼핑몰이 타운처럼 형성되어 있고 이 쇼핑몰 가운데는 놀이공원 같은 시설이 들어서 있다.

<법칙3> 실내인지 실외인지 헷갈리는 전천후 디자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베네치안’호텔. 이곳을 본따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는 ‘비너스포트’가 탄생되었다. 이 복합쇼핑몰은 마카오에도 지난 8월 말 오픈했다. 이름하여 ‘베네치안마카오’. 호텔·카지노·컨벤션센터·극장을 갖춘 이 리조트에는 유명 브랜드 등 350개의 점포가 들어섰다. 미국 샌즈그룹이 20억 달러를 투자했고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안리조트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모두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분하기 힘든 건축 구조를 지녔다.

최근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를 필두로 투자계획 대부분이 복합쇼핑몰로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를, 현대백화점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각각 2009년과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산 킨텍스몰·서울 영등포의 경방타임스퀘어도 호텔·대형마트 등이 결합된 복합쇼핑몰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복합쇼핑몰은 자동차 보급률이 60%에 달할 때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1950년대, 일본의 1970년대를 말한다. 유통업체의 부동산 개발방식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지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임차(賃借)형식을 취하고 있다. 개발되기 전 땅을 사 놓고 백화점을 건설해 부동산 차익을 얻어내는 기존 방식과는 딴판이다. 어쨌든 최근 우리나라는 복합쇼핑몰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

<법칙4> 새로운 개념의 ‘난장판 마케팅’

그 밖에도 쇼핑몰을 시장통같이 꾸미니 거꾸로 손님이 몰리는 사례도 있다. 인도의 사례지만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인도 최대의 토종(土種) 소매유통기업인 ‘판타룬 리테일’의 성공전략을 예로 들 수 있다. 판타룬 리테일은 ‘난장판(chaos)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놀랍게도 판타룬 리테일은 미국의 월마트 같은 ‘외래종’을 압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판타룬 리테일을 경영하는 경영주는 서양 브랜드 매장을 모방하는 대신에, 인도인의 소비 특성에 주목했다. 잘 사는 외국인들은 넓고 쾌적하고 잘 정돈된 쇼핑 장소를 선호하지만, 인도 서민들은 재래시장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타깃도 부자가 아니라 전체 11억 인구의 55%인 중간 서민층을 겨냥했다.

예전부터 행상들이 삼베자루에 담아 파는 야채를 사는 데 익숙한 이들은 작고 비좁은 가게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밀과 콩은 어지럽게 널려 있어야 하고, 양파는 지저분하고 반점이 있어야 한다. 좀 때가 묻어야 농장에서 갓 따온 신선한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매장 바닥도 재래시장이나 기차역 바닥같이 회색의 화강암 타일로 깔아 친근감을 높였다. 긴 복도와 높은 선반 대신, 큰 상자에 물건을 담아둬 손님들이 내려다보며 고르기 쉽게 했다. 이곳의 이용객은 중간 서민층으로 현대화된 할인점보다는 시끌시끌한 장터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위기에 놓인 국내 재래시장의 처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김영호 타이거마케팅 대표·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